상반기 공공기관 채용 ‘올스톱’…“연간 채용규모는 유지”

by김형욱 기자
2020.04.09 11:43:31

연초 2만5600명 신규 채용 계획…코로나19 차질 우려
정세균 총리, 중대본 회의서 “공공부문 채용규모 유지”
주요 공공기관들 "시기는 조정 불가피…규모는 그대로"
비대면 온라인 면접 방식 인턴 채용…야외 필기시험도

취업준비생을 비롯한 구직자들이 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0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아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공공기관의 올 상반기 채용 계획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멈춰선 가운데 정부와 주요 공공기관이 기존 채용계획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채용 일정은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미루더라도 연간 채용규모는 유지해서 문턱이 더 좁아질까 우려하는 구직자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겠다는 취지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에선 공공부문 채용규모를 계획대로 유지하면서 어학성적 제출기한 연장이나 기존 검정결과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올 상반기 주요 공공기관 채용 계획이 ‘올 스톱’ 상황인데다 토익 등 입사지원에 필요한 각종 자격증 시험도 멈춰선 현 상황에 대한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한국철도공사나 한국전력(015760)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360여 주요 공공기관의 올해 채용계획은 약 2만5600~2만5700명 수준이다. 지난해 2만3300명보다 약 2300여명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철도공사는 1550명, 한전은 1500명, 건강보험공단은 1015명을 채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이들 기관의 상반기 채용은 사실상 모두 멈춰 섰다. 예년 같았으면 3~4월께 열렸을 각종 채용박람회 등도 열지 못하고 있다. 이달 6일 끝날 예정이던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시점도 오는 19일까지로 2주 연장된 만큼 이들 공공기관의 채용 활동 역시 아무리 빨라야 19일 이후부터나 재개할 수 있게 됐다.

한전은 2월 21일로 예정됐던 6직급 채용 필기시험 일정을 지난달 27일로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5월로 다시 한번 미뤘다. 한국철도(코레일)도 지난 2월10일 상반기 신입사원 850명 채용 원서를 접수했는데 직후 열릴 예정이던 필기시험은 두 차례 연기 끝에 6월14일 진행키로 한 상황이다.



그러나 주요 공공기관 대부분 올해 채용 규모만은 어떻게든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정하고 있는 만큼 공공기관이 정부로부터 좋은 경영평가를 받기 위해선 채용규모 유지 노력이 필수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채용 일정은 코로나19 진행 상황을 보고 계속 조정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채용 규모는 앞서 계획한 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공기업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와 국제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정해진 채용 규모를 100%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연말 부채비율이 3021%로 급등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올 초 국제유가 급락으로 수익성도 더 나빠지게 됐다.

일부 공공기관은 아예 야외 필기시험을 치르거나 비대면 온라인 면접 방식 도입을 추진해 눈길을 끈다.

안산도시공사는 지난 4일 경기도 안산시 ‘와~스타디움’에서 올 상반기 채용을 위해 서류전형을 통과한 139명을 대상으로 필기시험을 진행했다. 한국남부발전은 올 상반기 체험형 인턴 채용 규모를 기존 82명에서 오히려 110명으로 늘리고 온라인 면접을 비롯한 비대면 방식을 도입기로 했다.

신정식 남부발전 사장은 “수개월째 이어지는 공공기관 채용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업준비생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남부발전 직원이 올 1월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과 상담하는 모습. 남부발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