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TV에 콘텐츠는 HD?‥화질전쟁에 AI 역할 부상

by김종호 기자
2018.09.05 13:26:38

초고화질 8K TV 선보였지만 콘텐츠 턱없이 부족해
AI 기술로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변환
"TV 시장서 AI 역할 향후 더 커질 것" 전망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QLED 8K TV’에 탑재된 AI 프로세서(퀀텀 프로세서)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TV 화질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TV 제조사들은 앞다퉈 8K 초고화질 TV를 내놓는다.

4K만 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해상도 3840×2160, 800만 화소인 4K 초고화질 화면은 풀HD(200만 화소)에 비해 4배 이상 선명하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HD와 4K 간의 화질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다. 그럼에도 삼성과 LG는 HD 대비 16배, 4K보다는 4배 더 선명한 8K TV에 목을 맨다.

8K TV는 해상도 7680×4320, 3300만 화소의 스펙을 갖췄다. 가로 화소 수가 8000개에 가깝다는 의미에서 8K로 부른다. 총 3300만개 화소가 스스로 번쩍이며 섬세한 화질을 표현한다. TV가 아닌 실제로 보는듯한 현실감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그런데 TV 제조사들의 고민이 남아 있다. TV의 외형은 8K 초고화질 디스플레이를 갖췄지만, 아직 콘텐츠 대부분이 풀HD 또는 4K라는 점이다. 소비자가 막상 8K TV로도 즐길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삼성과 LG에 앞서 지난 4월 8K TV를 출시한 샤프가 시장에서 고전한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과 LG가 꺼내든 카드는 바로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삼성이 지난달 30일 출시한 ‘QLED 8K TV’에는 저해상도(SD급) 영상을 8K 수준으로 높여주는 ‘8K AI 업스케일링(Up Scaling)’ 기술이 탑재됐다. AI에게 방대한 양의 콘텐츠 데이터베이스(DB)를 반복 학습시켜 스스로 최적의 빛 밝기와 번짐 등을 보정하는 필터를 찾아 8K 영상으로 변환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업스케일링 기술은 저해상도와 고해상도 장면들을 사람이 일일이 비교해 복원방법을 입력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기반으로 수백만개의 영상을 익혀 실시간 콘텐츠에서도 제 역할을 발휘한다.

8K AI 업스케일링 기술은 화질뿐만 아니라, 음향까지 개선해준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배경의 관중 소리를 높여준다. 콘서트 장면에서는 저역대 소리를 강조해 풍부한 음향을 제공한다. 영화 시청 중 주인공의 대사가 나오면 목소리를 강조할 수 있도록 음향을 조정하기도 한다.

LG가 지난 29일 공개한 8K 해상도와 88인치 스펙을 갖춘 ‘올레드 TV’에도 AI 화질 엔진인 ‘알파9(α9)’이 탑재됐다. 알파9은 입력 영상을 분석하고, 4단계에 걸쳐 잡티와 뭉개짐 등 노이즈를 제거해 화질을 높인다. 입체감 강화를 위해 스스로 주요한 물체와 인물, 배경을 구분해 각기 다른 밝기 커브를 적용한다. 정교한 색상 보정 알고리즘이 영상을 분석해 정확한 색으로 최적의 화질을 표현하도록 돕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향후 TV 시장에서의 AI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화면 TV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8K TV 시장도 업계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제 막 등장한 8K TV에 맞는 영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8K TV 시장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콘텐츠 부족 문제를 AI 고화질 변환 기술을 통해 극복한 만큼, 앞으로 AI의 역할이 크게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최근 내놓은 ‘올레드 TV’에 탑재된 AI 화질 엔진인 ‘알파9(α9)’ [사진=LG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