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홍콩무역관 "韓기업 피해 없어..장기화 땐 타격 우려"

by성문재 기자
2014.10.01 16:14:01

"정상 영업중..장기화 시 투자·트레이딩 위축"
교통 정체 심각해..연휴 맞아 사태 흐름 주목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출 방식을 놓고 촉발된 홍콩 민주화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홍콩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교민들도 촉각을 곤두세운 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코트라 홍콩무역관의 이주상 과장은 1일 “현재까지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보고된 바는 없다”며 “이번 시위가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업태에 따라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홍콩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은 1만2000명 정도다.

현재 홍콩에 진출해있는 우리 금융사들과 상사 등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시위가 길어지면 투자나 트레이딩 결정을 보수적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화장품, 식품 등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업체들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한 피해를 볼 수 있다. 특히 국경절 연휴를 맞은 중국인들이 이번 시위로 홍콩 관광을 취소한다면 피해는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 홍콩을 방문하는 중국인 숫자는 연평균 약 5000만명에 달한다.

애초 홍콩 금융중심지 센트럴 지역에서 시작된 이번 시위는 애드미럴티,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침사추이, 몽콕 등 주요 부도심으로까지 번졌다. 이 과장은 “도로를 점거한 형태의 시위로 인해 경찰들이 주요 도로의 통행을 막고 있어 교통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며 “현재 대중교통 가운데 지하철만이 유일하게 정상 운행되고 있고 버스나 트램(전차)는 시위 지역을 우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기업들로서는 직원들의 출퇴근이 불편해진 것이 현재까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센트럴에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이, 애드미럴티에 외환은행, 완차이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자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CJ, 대상 등도 현지에 진출해 있다.

이주상 과장은 “홍콩이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 선호받는 이유에는 낮은 법인세율과 지리적인 장점 등도 있지만 신뢰할 만한 치안과 정치적 안정감도 있다”며 “아직까지 투자자 심리가 변했다는 보고는 나오지 않았지만 소셜캐피탈(사회적 자본)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휴일인 1일 국경절을 맞아 시위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오긴 했지만 기업들로서는 오히려 사태를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다. 이 과장은 “홍콩은 국경절 연휴로 10월 1~2일을 쉬고 3일 하루만 근무하면 다시 주말을 맞는다”며 “이번 시위가 계속 될지에 대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격)는 홍콩 행정장관 후보자를 후보추천위원회 1200명의 절반 이상 지지를 얻은 2~3명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홍콩 대학생들과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 시위대는 이같은 방침이 비민주적이라며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달 22일부터 거리 시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