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STO 법제화 순항하려면…“샌드박스 문턱 낮춰야”

by김연서 기자
2024.11.29 17:28:50

정치권 논의 시작에도 불안한 ‘조각투자’
업계, 국힘 포럼서 “시장 형성 필요” 주장
정책 불확실성에 영세 조각투자사 고충↑
“상품 다양성 높여 법안 공회전 피해야”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STO(토큰증권발행)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는 가운데, 업계에선 다양한 STO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샌드박스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 통과가 순항하려면 STO 법제화 논의가 공회전하지 않도록 시장이 주목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9일 STO 업계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전날 디지털자산연구회 및 김재섭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STO 포럼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토큰증권에 대해서는 사실 이걸 허용하냐 마냐, 이런 찬반의 문제 단계는 지나갔다. 정치가 할 일은 제도 내에서 불공정 거래나 이용자의 불편, 이용자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게 철저히 준비하고 거기에 걸맞은 제도를 늦지 않게 내놓는 것”이라며 STO 법제화를 지지했다.

이날 현장에선 STO 제도가 갖춰지기 전 시장이 커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A사 관계자는 “최근 STO 사업으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다시 신청할 계획이 있다”며 “(STO)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에 시장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 시장부터 형성돼야 그 다음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제도와 시스템이 가급적 길을 터줘야 하는데 기존 (전자증권법, 자본시장법의) 연장선상에서 건드리면 시장이 형성되기가 어렵다”며 “말은 소비자 보호이지만 실상은 엄청난 규제가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간과하고 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나온 STO 법안들이 통과되더라도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STO 업계는 시장 활성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조각투자 상품은 부동산, 미술품, 한우, 음악 저작권 등 네 종류에 불과하다. 다양한 비정형적 자산을 토큰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미비로 인해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할 상품이 다양해지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있어야 법안 통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법제화에 속도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STO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샌드박스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법안이 발의되면서 신규 샌드박스 지정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STO 관련 샌드박스 지정 사례는 상반기 갤럭시아머니트리 1건에 불과하다. 증권사, 조각투자사, IT사 많은 기업들이 STO 사업으로 샌드박스에 지원했지만 모두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드박스에 지정된 조각투자사 역시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카사에 이어 내년 4월 루센트블록과 펀블의 샌드박스 기간이 만료된다. 혁신금융서비스 기간 만료에 법제화 지연으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그간 청약 완판을 거듭했던 부동산 조각투자 공모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토큰증권 사업자들을 추가로 지정해주거나 기존 샌드박스 기업들의 기간을 유예하는 등의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2월 샌드박스 신청에 재도전하는 기업들도 일부 있지만, STO 법제화를 앞두고 있어 지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조각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여야가 모두 STO 법안을 내놓았지만 법안 통과에는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도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조각투자 스타트업 생태계는 무너져가고 있다”며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규모가 영세한 조각투자사들이 고충을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그간 소비자들이 투자하지 못했던 부분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STO”라며 “현재 STO 시장이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에 대한 규제를 너무 제한적으로 두기 보다 부실이 생기면 발행사와 유통사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다양한 상품이 나와야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법제화도 속도가 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