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이후 최대 관심' 애플 비전프로, 생산 "대폭 축소"

by김혜미 기자
2023.07.03 16:22:00

"럭스셰어 생산량 40만대 미만…부품 주문 13~15만"
마이크로 OLED 수율 낮아…소니 "수요 지켜볼 것"
애플, 차세대 헤드셋 개발중…삼성·LG 등과 협력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애플의 첫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의 첫해 생산량이 당초 알려진 100만대에 크게 못미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비전프로 생산에 필요한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수율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3499달러(한화 약 458만원)라는 높은 제품가격은 이같은 상황을 이미 예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제품을 포함한 차세대 헤드셋 개발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 등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6월5일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비전프로 옆에 선 모습. 사진 AFP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 및 비전프로 조립업체 럭스셰어와 가까운 관계자들은 내년 생산량이 40만대 미만이라고 전했다. 럭스셰어는 중국에 있는 유일한 비전프로 조립업체다. 이와 별도로 비전프로용 부품을 공급하는 중국업체 두 곳에서는 애플의 내년 주문량이 13만~15만개 정도라고 전했다.

이는 애플이 원하는 수준의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비전프로는 각각의 눈을 위한 두 개의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와 바깥쪽을 향해 구부러진 커브드 렌티큘러(lenticular) 렌즈가 적용된다. 내부 디스플레이는 현재 시중에 나온 어떤 제품보다 높은 해상도를 제공하고, 외부 렌즈는 착용자의 눈을 외부로 투사시켜준다.

업계에 따르면 6월 시연에서 프로토타입 제품에 적용된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는 소니와 TSMC가 공급했다.



소식통들은 애플이 공급업체들의 생산성, 즉 결함없는 마이크로 OLED 수율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업체들은 혼합현실 헤드셋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생산물량을 좀처럼 늘리려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소니의 한 반도체 책임자는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지켜보겠지만,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이미지센서처럼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릴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이 골드버그 D/D 어드바이저스 창업자는 비전프로를 두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제품 중 가장 복잡한 소비자 기기”라며 “비전프로에는 많은 기술이 있고, 애플은 확장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알고 있다. 애플은 첫해 이 제품으로 돈을 벌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애플이 이미 좀더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포함한 차세대 헤드셋을 개발 중이며, 삼성과 LG 등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이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다른 디스플레이 기술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채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 컨설팅 기업 웰센XR은 삼성과 LG, 일본 소니 외에도 코웰 이홀딩스와 럭스웨어, 고어텍 등 중국 업체 8곳, 라간 정밀과 지니어스 일렉트로닉 옵티컬 등 대만 기업 11곳이 비전프로용 부품을 공급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비전프로에 대한 일부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 시장분석업체 캐널리스는 출시 5년 내 2000만명의 이용자층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제이슨 로우 캐널리스 애널리스트는 “생산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애플 충성고객들과 미국의 자산가들의 선주문에 힘입어 제품은 곧 매진될 것”이라며 “애플은 내년에 35만대를 생산하고, 5년 뒤에는 1260만대까지 생산량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프로. 사진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