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cm에 40kg까지 줄어, 고1 아들 집단 따돌림에 투신"
by이후섭 기자
2021.09.03 21:01:29
지난 2일 청와대 청원글 올라와…1만7311명 동의
"우울증에 학교 가기 싫다고…172㎝ 키에 40㎏ 겨우 넘겨"
"조금의 영향이라도 낱낱이 찾아내 아이 한 풀어주고 싶어"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최근 대구의 한 아파트 10층에서 추락해 숨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2일 게재된 `집단 따돌림에 내 소중한 보물을 잃었습니다`라는 청원글이 이날 오후 8시 42분 기준 1만7311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인 A씨는 “지난 8월의 마지막날 아침 소중한 제 보물인 17살 아들이 죽었다”며 “우울증에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하며 10층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고 했다.
그는 “대구 북구에 있는 사립중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너무나 똑똑하고 마냥 밝기만 했던 제 아이가 어느 날부터 서서히 말이 없어지고 학교를 가기 싫어하게 됐다”며 “성적도 떨어지고 늘 집안에만 있으려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저희 가족은 달라지는 아이의 모습에 남모를 속을 끓이기 시작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아들이 고등학교에 간 뒤로는 172㎝ 키에 40㎏을 겨우 넘는 몸이 됐다고 했다. 아들의 변해가는 모습에 불안감을 느낀 청원인은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고, 위기관리위원회를 통해 아들이 중학교 3학년 때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고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목격하신 아들의 중학생활은 학우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해 괴로워하며 책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 또 그렇게 울부짓는 아이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야유하는 학우들의 모습을 보셨다는 얘기였다”며 “학교 상담선생님은 상담을 해 본 결과 아이가 말로는 표현 못할 수치감이 온몸을 채우고 있고, 우울증상이 말기암에 비교될 정도로 심해서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이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 중학교 3년 내내 시험감독으로 참가했던 제게 3년간의 담임선생님들 어느누구도 제게 아이의 힘듦을 얘기해 주지 않으셨다”며 “그래서 저는 제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하는 줄 알고만 있었다”며고 말했다.
또 “그 사실을 숨기며 얘기해 주지 않은 중학교와 아이의 고등학교에 분노하며, 아이의 죽음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친 이가 있다면 낱낱이 찾아내 엄마 아빠없이 홀로 무서운 구천을 헤매고 있을 아이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며 “제발 제 아이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오전 7시께 북구의 한 아파트 10층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 B군이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자세한 경위를 밝히기 위해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