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순원 기자
2017.04.17 12:00:00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평소 스포츠토토를 즐기던 20대 여성인 A씨는 얼마 전 문자메시지를 통해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스포츠토토와 관련해 통장을 보름만 빌려주면 하루 30만원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돈이 필요했던 A씨가 연락을 해봤더니 사기범은 A씨의 통장과 체크카드를 요구했고 그는 순순히 응했다.
하지만 이 말을 전해 들은 피해자의 가족이 수상히 여겨 계좌를 조회한 결과 다른 사람들의 입금 내역이 발견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피해자 계좌에 입금된 금액은 사기범이 보이스피싱을 통해 가로챈 돈이었고, 결국 A씨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인터넷이나 문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불법 금융광고가 급증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통장매매, 미등록대부 관련 불법광고물 1581건을 적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 폐쇄·게시글 삭제 등의 조치를 의뢰했다고 17일 밝혔다. 전년(2273건)과 비교하면 30.4%(692건)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불법광고매체가 오픈형 사이버공간에서 문자메시지·카카오톡 같은 폐쇄형 모바일 공간으로 전환되는 풍선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금융감독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사기범들은 주로 인터넷 블로그나 SNS를 통해 자금환전, 세금감면에 이용할 통장을 임대나 매매한다는 광고글을 게재한 후, 통장, 체크카드, 보안카드 등을 건당 80만~300만원에 거래하는 수법을 쓴다.
통장매매는 보이스피싱, 불법도박 등 범죄에 이용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써, 통장을 팔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에 가담될 수 있다. 통장을 매매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 수 있다.
빌려준 통장이 범죄에 사용된 경우 통장 명의인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으며, 금융질서 문란행위자로 등록되어 최장 12년간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폐업한 기존 대부업체 상호를 활용하거나 등록업체를 가장해 허위광고를 한 뒤 금융취약계층을 끌어들이는 불법금융광고도 잦은 편이다. 이렇게 유인한 후 고금리 단기대출방식으로 영업하고, 채권추심과정에서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해 소비자에게 2차 피해가 다수 발생한다. 대부업체와 거래할 땐 등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금감원은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