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희동 기자
2017.01.26 14:15:05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세계 메모리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양대 반도체 제조사가 작년 4분기 나란히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새해 ‘반도체 르네상스’ 시대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 두 회사가 전세계 D램 시장의 70% 이상, 낸드플래시의 5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메모리시장은 D램이 10~20%대, 낸드플래시는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IT·가전쇼인 ‘CES 2017’에서 화두가 된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신기술의 등장으로 향후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2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전체 영업이익 9조 22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4조 9500억원을 반도체사업에서 벌어들여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 SK하이닉스는 같은기간 영업이익이 1조 5361억원으로 2015년 3분기 이후 5분기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했고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5조 3577억원을 나타냈다. 올해 메모리시장은 슈퍼 사이클이 본격화 돼 삼성전자는 분기별 영업이익 10조원, SK하이닉스는 연간 영업이익 6조원 이상인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메모리 가격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수요 증가 및 공급 부족으로 인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반도체시장 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작년 6월 이후 D램(DDR3 4Gb 기준) 가격은 84.6% 치솟았고 낸드플래시(MLC 64Gb 기준)도 30.4% 올랐다. 특히 올해는 가격 상승세가 1년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또 고용량·고성능 메모리가 필요한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 신규 수요 확대로 시장 호조세가 앞으로 2~3년간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기술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 평택 공장을 가동해 64단 V낸드 공정 양산을 추진하고 D램은 10나노 공정에 주력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또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D램 양산을 시작하고 올해 7조원을 투자해 경기 이천 M14공장 2층에 클린룸을 마련하는 등 3D낸드 수요에 대응한다. 4세대 72단 3D낸드 개발도 연내에 마치고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4차 산업 혁명 진입과 데이터 트래픽 급증 등으로 메모리 제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메모리시장의 제한적 공급 속에서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되면서 상당기간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