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외부 압박..기로에 선 현대그룹의 선택은

by김국헌 기자
2010.12.01 18:02:00

거래소 조회공시 요구..외환銀 제출 촉구
정책公, 금융당국에 조사 요청
현대그룹, `의혹 키우기` 맹비난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동원한 외부자금에 대한 의혹 해소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금 1조2000억원에 이어 동양종합금융증권 투자금 9500억원도 도마에 올랐다.

현대그룹에 고배를 마신 현대자동차그룹이 적극적인 공세로 돌아섰고, 의혹 제기가 언론, 정치권, 채권단, 금융당국 등으로 확산되면서 현대그룹에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비밀리에 진행되는 인수·합병(M&A) 관례를 깨고 채권단이 전면에 나서서 대출계약서를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현대그룹의 고민이 깊다.


지난달 29일 현대자동차(005380)가 전면전을 선포한 이후 채권단과 당국의 안이한 태도가 강경한 자세로 선회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30일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등을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또 채권단과 현대그룹 간 양해각서(MOU) 체결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위법과 부당한 업무 수행,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차입금 1조2000억원의 출처 등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거래소는 같은 날 오전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011200)과 현대엘리베이(017800)터에 1조2000억원을 대출하는 데 채무 보증이나 담보를 제공했는지 조회 공시를 요구했다.

다음날인 1일 현대건설 매각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서울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채권단 이견에도 불구하고) MOU를 체결한 것은 프랑스 자금을 소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며 현대그룹에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곧바로 현대건설 채권단인 한국정책금융공사는 금융 당국에 동양종합금융증권과 현대그룹의 풋백옵션 투자계약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 현대그룹 본사(사진 왼쪽)와 현대건설 사옥(오른쪽). (사진=한대욱 기자)


조여오는 외부 압력에 현대그룹은 당혹스러운 모습. 현대그룹은 이날 입장문에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유 사장이 계속해서 의혹 키우기에 앞장서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현대그룹은 "유 사장 자신도 지난 11월24일 국회 정무위에서 동양종금과 계약에 풋백옵션이 있어 타인자금으로 감점 처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지금에 와서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자신이 내린 평가를 스스로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에 주어진 시간은 오는 7일까지 딱 일주일. 현대그룹은 극도로 말을 아끼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MOU에 근거해 채권단이 요구하는 해명 요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대출계약서 제출 요구를)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나티시스은행과 동양종금증권에서 조달한 2조1500억원에 대해 정당하고 적법한 자금이라고 소명했지만, 대출계약서를 공개하기 꺼렸던 현대그룹이 정면 돌파할지, 아니면 우회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