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군비경쟁 불가피…국제규범 마련 시급”

by윤정훈 기자
2024.08.21 16:52:35

러-우 전쟁, 하마스 분쟁서 AI의 게임 체인저 역할 입증
“AI 군사적 이용에 관한 규범 구축과 거버넌스 전략 필요”
다음달 서울 개최 REAIM서 구체 전략 도출 기대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은 필연적으로 군사적 활용을 추구하는 국가 간의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수 밖에 없다.”

박진 전 외교부장관이 작년 2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1차 REAIM 고위급회의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외교부)
송태은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조교수는 21일 ‘2024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개최의 의미와 기대’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송 교수는 “국제사회가 AI기술의 무분별한 군사적 사용을 방지하고, 책임있는 사용을 위한 규범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단순히 군축을 지향하는 이분법적 접근은 국가 안보를 취약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방 전문가들은 미래 전쟁에서 AI기술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 AI기술은 전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자율 드론, 안면 인식 기술, 생성형 AI가 만든 딥페이크 영상은 전장뿐 아니라 정보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AI 군비경쟁에 불가피한 상황에 군비 경쟁이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을 국제사회가 통제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다른 국가의 AI 기술의 군사화 수준이 어떤 단계에 올라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여부가 중요하다”고 국제사회가 함께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외교부뿐 아니라 국방부, 군이 유기적으로 군사용 AI 발전과 규범 논의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윤리적 이유로 위험한 무기 사용을 제한한다면 아군의 취약성만 급증할 수 있다”며 “정치체제와 관계없이 군사분야 규범 구축에 외교부와 국방부, 군이 동시에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미래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단순 군사력 강화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외교부와 군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위기관리, 전략대화, 거버넌스, 군축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조하는 군사외교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군사용 AI개발을 위해 글로벌 차원의 보편적 윤리·규범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돼 왔다. 이에 우리 정부는 AI관련 국제규범 마련에 역할을 하고자 작년 2월 헤이그에서 네덜란드와 공동으로 제1차 REAIM 고위급회의를 개최했고, 다음달 서울에서 네덜란드, 싱가포르와 함께 AI의 책임있는 군사적 이용에 대한 2차 고위급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 100여개국이 참석하지만 전쟁중인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의 반대로 참석하지 않는다. 지난 회의 때 주네덜란드 중국대사를 참석시켰던 중국은 이번 회의에 정부 관계자 대신 대학관계자가 참석한다.

송 교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엔군축연구소 등 정부 주요기관이 참여하는 유일한 AI의 군사적 이용에 관한 회의인만큼 의미가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국제사회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실질적인 규범 구축과 구체적인 거버넌스 전략에 대한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