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체관광 호재"…KIC 투자 '신라스테이 서대문' 매각 적기?
by김성수 기자
2023.09.12 18:27:02
'신라스테이 서대문' 코로나19 여파에 '평가손실' 구간
리오프닝에 숙박시설 이용객 '폭증'…공급 증가 '미미'
중국인 한국 단체관광 허용 '호재'…6년여 만에 처음
내년 관광 경기 회복…"이지스·KIC, 손절목적 아닐 것"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한국투자공사(KIC)가 투자한 4성급 호텔 ‘신라스테이 서대문’이 매각 검토대상에 올랐다. 이 자산은 코로나19 여파로 평가손실을 겪었지만 작년부터 시작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숙박시설 이용객수가 크게 증가한 데다,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으로 호텔 영업환경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작년보다 호텔 매각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KIC가 고유자산으로 투자한 4성급 호텔 ‘신라스테이 서대문’에 대한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이지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43-1호’에 편입된 자산이다.
KIC는 이 신탁에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이 위탁한 돈이 아닌 고유자산으로 투자하고 있다. KIC가 고유자산으로 투자한 부동산은 신라스테이 서대문과, 현재 사옥으로 쓰는 ‘스테이트타워 남산’ 2곳 뿐이다.
신라스테이 서대문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333번지에 위치해 서울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바로 앞에 있다. 그랜드룸 객실을 포함해 총 319실을 갖췄다. 지상 27층, 지하 4층 규모에 부대시설로 뷔페 레스토랑과 피트니스센터, 미팅룸도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호텔이 타격을 받은 데 따라 신라스테이 서대문의 장부금액이 취득금액보다 낮아져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KIC 감사보고서를 보면 KIC가 수익증권을 보유한 이지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43-1호는 공정가치 및 장부금액이 작년 말 기준 268억1336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 기준(247억5562만원)보다 8.3% 높아진 수치다.
이 투자신탁은 장부금액이 취득원가(274억원)보다 2.14% 낮아 여전히 평가손실 구간에 있다. 2021년보다는 평가손실 폭(9.65%)이 줄었다.
다만 신탁의 평가손실 폭은 올해 들어 더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시작된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호텔 영업환경이 개선돼서다.
국내 숙박시설업은 지난 3년간 글로벌 팬데믹 환경을 지나 높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서울시내 주요 4·5성급 호텔 객실점유율(OCC)은 평균 80% 이상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시기 약 40%에서 2배로 높아진 것.
객실점유율(OCC)은 호텔의 성과 측정에 필수적인 지표다. 판매된 객실 수를 판매 가능한 객실 수로 나눠서 100을 곱해 계산한다. OCC가 높을수록 객실이 많이 판매됐다는 뜻이며, 100%에 가까울수록 긍정적 지표로 해석한다.
각 호텔들의 OCC를 보면 △알로프트 서울 명동(4성) 80~85% △롯데호텔 서울(5성) 75~81% △서울 파르나스(5성) 75~80%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5성) 75~80%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서울 판교(4성) 70~80% △그래비티 서울 판교 70~80%다.
숙박객실 이용 수요도 큰 폭 증가했다. 서울·경기·인천·강원도 숙박객실 이용 수요자(여관, 호텔, 휴양콘도 등 숙박업 전체 기준) 수는 지난 2월 2197만명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시기인 지난 2021년 1월 대비 14.0% 증가한 수치다.
강원도의 경우 숙박객실 이용 수요자는 지난 2월 기준 327만명으로 21.1% 증가했다. 서울은 776만명으로 같은 기간 19.0% 늘었다.
반면 숙박객실 공급량은 숙박객실 이용 수요 증가폭을 못 따라가고 있다. 숙박시설들이 팬데믹 기간 중 영업 악화로 폐업되거나 다른 시설로 용도 전환돼서다.
서울·경기·인천·강원도 숙박객실 공급량은 지난 2월 기준 35만2278실로, 지난 2021년 1월 대비 4.8% 증가에 그쳤다. 인천의 숙박객실 공급량은 4만2111실로 가장 높은 증가율(11.8%)을 보였다. 강원도 숙박객실 공급량은 8만7870실로 같은 기간 9.4% 늘었다.
최근 중국인 단체관광이 허용된 것도 호텔 영업환경에 호재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지난달 10일 한국, 미국, 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지난달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날 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아시아나항공, 한국여행업협회와 함께 환대 행사를 열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
앞서 중국은 지난 2017년부터 중국 여행사들의 한국 단체여행 상품 판매를 사실상 금지해왔다. 지난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였다.
이후 2018년, 2019년에 부분적으로 단체 관광이 재개됐지만 2020년 코로나19 발생으로 다시 전면 중단됐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이번 단체여행 허가로 한국은 사실상 6년여 만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다시 맞게 됐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중국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문체부는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에 맞춰 현지에서 ‘K-관광로드쇼’를 진행한다.
다음달 13일, 15일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는 한중 기업 간 거래(B2B) 상담회를 각각 개최한다. 또한 16~17일에는 상하이 환치유강 쇼핑몰에서 K-뷰티와 패션, 쇼핑, 음식관광, 지역관광 콘텐츠를 홍보할 계획이다.
이처럼 호텔 영업환경이 개선된 만큼 이지스자산운용, KIC가 ‘신라스테이 서대문’ 매각을 하면서 손해를 감수(손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관계자는 “올해 인바운드(외국에서 내국으로 입국) 관광객 수는 2019년 외국인 방문객 1340만명의 약 70%로 예상된다”며 “인문·자연·사회환경이 현 기조를 유지할 경우 (관광 경기가) 내년에 완전히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텔 자산들은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이익 개선은 더딘 반면 이자비용은 급증했었다”며 “하지만 호텔 객실점유율 상승,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등 호재가 잇따라 이지스자산운용, KIC 모두 손절을 기대하고 매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