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술, 새부대’..시중은행장도 세대교체 바람
by전선형 기자
2022.12.14 17:36:49
신한ㆍNH농협銀 등 내주 은행장 선임할 듯
새 신한은행장에 전필환·박성현 부행장 거론
연임 유력했던 하나은행장 교체 수순 밟아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시중은행장 인사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연임 가능성이 높던 금융그룹 회장들이 줄줄이 교체되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기조가 금융권 내에 확산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연임이 유력했던 하나은행장이 교체 수순을 밟고 있고,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은행장 선임을 앞두고 긴장된 모습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장 인사가 내주 결정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20일께 열릴 신한금융그룹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에서 은행을장을 비롯해 자회사 대표이사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NH농협은행도 내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농협은행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당초 은행권에서는 각 은행장들의 무난한 연임을 점쳐왔다. 5대 시중은행장 중 임기 만료를 앞둔 인물이 진옥동 신한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12월), 박성호 하나은행장(내년 3월) 등 3명이나 있었지만 올해 각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점, 차후 그룹 후계 구도 등을 고려했을 때 연임을 할 것이라는 분석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그룹 회장들이 줄줄이 교체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특히 연임이 유력시되던 신한ㆍNH농협금융 회장이 바뀌면서 은행장 자리 또한 안정권에서 벗어나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정부가 금융권의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원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은행장 ‘세대교체’ 신호탄은 하나금융이 터트렸다. 그동안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경우 연임이 유력시됐지만, 13일 저녁까지 이어진 임추위에서 은행장 교체가 전격 결정됐다. 박 은행장은 임기 2년만을 채우고 은행장 자리를 물려주게 됐다. 차기 하나은행 대표이사 은행장 후보로 이승열 현 하나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추천됐다. 갑작스런 변화에 금융권 안팎에선 쇄신ㆍ변화를 요구하는 금융당국의 목소리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신한은행장도 자연스럽게 새로 선임해야 한다. 진옥동 은행장이 차기 그룹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가 빈 상황이다. 현재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전필환 신한은행 부행장, 박성현 신한은행 부행장,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 중 전필환 부행장은 목포 덕인고, 성균관대를 졸업했으며,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장과 SBJ은행(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 부사장을 지냈다. 2021년부터 디지털개인부문장을 맡으면서 신한은행의 대표 사업 중 하나임 배달앱 ‘땡겨요’를 시장에 안착시킨 인물이다.
기관그룹장인 박성현 부행장은 부산 대동고, 서울대를 나왔으며, 서울시 1·2금고를 유치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진 행장이 직접 부행장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진 행장의 최측근 인사다.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의 경우 신한은행 일본 도쿄지점 부지점장을 거쳐 신한은행 종합기획부 부부장, 신한은행 부행장보, GIB사업부문장을 역임한 후 지난해 1월 신한캐피탈 대표이사에 올랐다. 조용병 회장이 발탁한 인물로 전해진다.
임기만료를 앞둔 권준학 농협은행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과거부터 농협은행장은 연임 사례가 거의 없었고, 이번에 회장까지 외부출신 인사로 새롭게 교체되면서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차기 은행장으로 배부열 농협금융지주 부사장, 임동순 농협은행 수석부행장과 이석용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사무처 국장, NH농협은행 수탁업무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다만, 내부 안정 등을 고려해 연임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이면 인사로 시끄럽긴 하지만, 올해만큼 예측하기 어려웠던 적은 없다”며 “다만, 정권이 바뀌었으니, 금융도 새 사람으로 쇄신과 변화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계속 전달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