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사모·일임시장…공·사모 기준 50→100명이상 높여야

by최정희 기자
2017.09.21 14:00:00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세미나
비과세 해외주식투자펀드 2년 일몰 연장 필요
외화콜 증권사 참여 허용..한국판 케이스쉴러지수 만들자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1000조원에 달하는 국내 단기유동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공모, 사모를 판단하는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올해 일몰되는 비과세 해외주식투자펀드를 2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단기 외화자금 거래시장인 외화콜시장에 증권사를 참여시켜 해외투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모험자본 공급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국내 단기유동자금은 지난 7월말 987조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과잉 유동자금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선순환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사모시장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실장은 “사모펀드와 투자일임(사모일임)시장의 빠른 성장에 따라 자산운용시장의 중심이 공모펀드에서 사모일임으로 전환되는 추세”라며 “공·사모 판단기준을 현행 50명에서 100~150명으로 상향 조정하고 대상자도 청약권유 상대방이 아니라 실제 청약자 수를 기준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후 준비를 위해 예금 등에 치중된 연금 자산을 장기투자 관점에서 실적배당상품으로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황 실장은 “확정급여형(DB)의 경우 (고용부가 추진하는 대로) 독립적인 수탁법인을 설립해 퇴직연금을 관리토록 하는 기금형 지배구조를 도입하고, 확정기여형(DC)은 한국형 디폴트옵션제도(투자상품을 선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가입되도록 하는 상품)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세제 측면도 개선돼야 한다. 황 실장은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세 과세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만큼 증권거래세가 축소돼야 하고 장기투자에 대한 우대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며 “주식과 파생상품간의 손익통산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올해 일몰되는 비과세 해외주식투자펀드를 2년간 연장하고 투자한도도 연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해 해외투자를 늘려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저성장에 국내 주식시장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달러화가 유입되고 있는 만큼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일본의 해외자산투자 확대 전략을 벤치마크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 실장은 “해외투자에 대한 수요 확대시 편리한 서비스를 위해선 증권사의 외환관련 업무가 확대돼야 한다”며 “단기 외화자금 거래시장인 외화콜 시장에 증권사를 참여시켜 원활한 외화자금을 조달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을 다양화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황 실장은 “개인투자자가 투자가능한 공모형 부동산펀드, 파생상품, 인덱스형 부동산 투자상품 공급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한국판 케이스-쉴러지수(Case-Shiller Index)를 개발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부동산 관련 상품 공급 기능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케이스-쉴러지수는 미국 주택시장의 가격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표한다. 또 개인투자자도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되는 유동화 상품에 투자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MBS(주택저당증권,(Mortgage Backed Securities) 외에도 민간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MBS의 발행확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본시장의 구조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이 부실채권을 시장에 매각할 수 있도록 강한 인센티브 또는 패널티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생상품에 대해선 기본예탁금을 인하하고 장기적으론 폐지해 개인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