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성곤 기자
2016.03.14 15:05:25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늦어도 내일까지는 지역구 심사를 다 끝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해 볼 때 우리당의 공천 개혁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중요한 결정을 과감하게 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마 상당한 정도의 갈등이나 충돌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4일 공천 막바지 작업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언급을 남겼다. 이 위원장은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예고없이 가진 기자회견에서 향후 공천작업과 관련해 3대 기준을 제시했다. 그동안 공천 칼자루를 휘둘러온 이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새누리당 주변은 크게 술렁였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물론 음주막말 파문의 당사자로 알려진 윤상현 의원의 대한 물갈이 방침을 사실상 굳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 정체성 위배’ 유승민 정조준…‘국회의원 품위 위반’ 윤상현 겨냥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역 의원 배제방침을 적극 시사했다. 특히 △국회의원으로서 품위에 부적합한 자 △당정체성에 심하게 위배되는 자 △여당 강세지역서 다선인 자 등을 3대 물갈이 기준으로 제시했다.
가장 관심은 모은 것은 ‘당 정체성 위배’ 기준은 유 전 원내대표를 정조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유 전 원내대표의 경우 “과거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또 국회법 파동 당시 박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는 당 정체성을 근본에서 뒤흔드는 만큼 공천배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또 ‘국회의원 품위 위반’ 기준은 막말파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윤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의원의 공천을 강행할 경우 비박계의 조직적인 저항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선거에 엄청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친박계의 읍참마속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윤 의원과 관련해서는 공천발표 전 총선 불출마 선언까지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여권 강세지역 다선 의원 배제 원칙도 관심을 모았다. 정치적 텃밭인 대구가 주요 타깃이라는 분석이다. 유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3선의 서상기(북을)·주호영(수성을) 의원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수도권 비박계인 5선의 이재오(서울 은평을), 3선의 진영(서울 용산) 의원이 사정권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울러 교육부총리를 지낸 5선의 황우여(인천 연수갑) 의원도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한구 3대 기준 현실화 경우 공천후폭풍 예상 불가능
이 위원장이 제시한 3대 기준이 공천과정에서 현실화되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거질 수 있다. 친박·비박 계파를 가리지 않고 탈락자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마이웨이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3가지 심사 방향과 관련해서 어쩌면 다소 본인들에게는 무리라고 생각하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먼서도 “이것을 못 넘어서면 개혁 공천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세가지 기준을 모두 종합하면 여권 텃밭에서 해당행위를 한 다선 의원은 공천탈락 1순위다.유 전 원내대표가 해당한다. 유 전 원내대표는 친박 핵심의 이른바 ‘진박 마케팅’에도 지역구인 대구 동을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박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를 고려할 때 유 전 원내대표의 여의도 입성은 곧 박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연결된다.
친박계로서는 기필코 저지해야 하는 사태다. 이 때문에 윤 의원을 버리는 카드로 사용해서 유 전 원내대표를 잡아야 한다는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비록 공천살생부에 이름이 거론됐던 정두언(서울 서대문을)·김용태(양천을)의 공천은 확정됐지만 큰 틀에서 보면 소문으로만 떠돌던 친박 논개작전의 현실화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