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맞선 마두로…베네수엘라, 이민자 수용 중단
by이소현 기자
2025.03.12 11:52:35
이민자 송환 항공편 재개 한 달만에
마두로 정부, 이민자 송환 중단 명령
셰브론 사업권 취소 등 제재에 반발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에서 송환되는 베네수엘라인 이민자들의 수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석유 대기업 셰브론의 베네수엘라 내 사업 허가를 취소하는 등 경제 제재를 다시 강화한 것에 대한 반발 조치로 풀이된다.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카라카스에서 각료들과 회의 중 연설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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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내무·법무·평화부 장관은 전날 국영방송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발(發) 이민자 송환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볼리비아 등 다른 국가에서 송환되는 자국민은 계속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번 이민자 송환 거부 조치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다시 강화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
베네수엘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두로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셰브론에 30일 이내에 베네수엘라 내 사업을 철수하도록 명령하자 이에 대한 경고로 미국 측에 송환 항공편 중단 가능성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를 일부 완화하며 셰브론이 베네수엘라에서 석유 생산 및 판매를 재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로 외화 수입의 대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오랫동안 베네수엘라의 최대 원유 수출국은 미국이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 합의를 통해 송환된 자국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정부가 “약속된 속도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셰브론의 베네수엘라 내 사업 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셰브론의 베네수엘라 내 사업 허가 취소를 언급하며 “미국의 조치로 인해 우리가 구축한 대화 채널이 손상됐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이민자라는 이유로 수감되고 부당하게 박해를 받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을 고국으로 데려오고 싶었지만, 미국의 결정으로 이미 예정된 송환 항공편이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7월 대선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올해 1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부정선거 논란에 미국은 이번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마두로 정부가 민주주의 개혁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석유 제재를 재도입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작년 초에도 미국발 송환 항공편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특사 리크 그레넬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를 방문해 베네수엘라 내 미국인 6명을 석방하는 협상을 진행한 후 지난 2월부터 미국에서 베네수엘라로의 이민자 송환 항공편이 다시 운항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미국과 쿠바 관타나모만에 있는 해군기지에서 베네수엘라에 도착한 송환 항공편은 총 3편이며, 약 370명의 이민자를 태웠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제재로 인한 베네수엘라의 보복 조치로 이민자 송환은 다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셰브론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 석유기업들의 베네수엘라 내 사업 허가도 취소할 계획이다. 이에 베네수엘라의 추가 보복 조치가 예상되며 트럼프 행정부 역시 더욱 강경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