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인텔 구사일생…EU 1.5조원 규모 소송 승소
by이소현 기자
2024.10.25 11:40:46
EU 최고법원, 2009년 부과 과징금 취소
판매 제한 관련 5600억원 소송은 남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유럽최고법원인 유럽연합(EU) 사법재판소가 1조5000억원 규모의 소송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손을 들어줬다. 인텔이 15년에 걸친 EU 규제 당국과 싸움에서 이기면서 경영 위기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숨을 돌리게 됐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최고법원은 인텔이 반독점 규제를 위반했다며 EU 집행위원회가 부과한 10억6000만 유로(1조5000억원)의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2009년 PC 칩 시장에서 ‘x86’이라는 중앙처리장치(CPU)로 장악하고 있던 인텔이 경쟁사 칩이 탑재된 제품 출시를 중단·지연시켰다는 이유로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경쟁사는 현재 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평가받는 AMD였다. x86은 인텔이 1978년 개발한 반도체 설계 표준이며, AMD는 인텔로부터 x86 라이선스를 받아 반도체를 개발해 양사는 지난 40년간 CPU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펼쳤다. 이에 x86은 PC 시장뿐 아니라 서버 시장에서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또 EU 집행위는 인텔이 자사의 x86 CPU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PC 제조업체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텔은 EU 집행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1월 EU 일반법원은 인텔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리베이트가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을 EU 집행위가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이후 EU 집행위가 항소했고, EU 최고법원은 이날 “EU 집행위가 제기한 모든 항소 사유를 기각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인텔은 성명을 통해 “유럽 최고법원이 내린 판결에 만족하며 마침내 이 사건의 일부를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다만, 이와 관련한 소송 중 2022년 EU 일반법원에서 인텔의 일부 판매 제한 조치가 불법이라는 판결에 대해서는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다. EU 집행위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인텔에 3억7640만 유로(56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