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들 울며 뛰어와…‘신림 칼부림’ 범인과 눈 마주쳤다”
by이로원 기자
2023.07.24 16:26:01
‘신림 칼부림’ 목격 상인 “범인과 눈 마주쳐 가게 문 잠갔다”
“여고생 2명 울면서 뛰어와 가게 안으로 숨겨줘”
“눈빛은 생각보다 평범…막 미쳐 보이지는 않았다”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남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33살 피의자 조모 씨는 3여분 간 약 140m를 뛰어다니며 시민 4명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고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현장에서 상점을 운영하던 목격자는 “범인과 눈이 마주쳤다”며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경찰 출동 당시 ‘신림동 칼부림 사건’의 용의자 조모씨의 모습이 담긴 영상 중 일부.(사진=YTN) |
|
24일 첫 번째 흉기 난동이 발생한 지점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사장 A씨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와의 인터뷰에서 “상점 오픈 뒤 은행에 가려던 중 ‘쿵’ 소리가 나서 놀라서 밖에 나가 보니까 한 사람은 바닥에 누워있고,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흉기를 들고 휘두르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피의자가)바닥에서 발버둥 치는 사람을 10여 차례 찌르고 있더라”며 “그 사람 액션이 굉장히 컸다. 팔을 훅 높이 드는 바람에 너무 놀랐다”고 밝혔다. A씨 증언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지점은 주로 밤에 유동 인구가 많기 때문에 당시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한산한 곳이었다.
A씨는 “소리 지르던 피해자가 조용해지니까 (범인이) 피가 뚝뚝 흐르는 칼을 들고 안쪽으로 도망갔다”며 “얼른 (가게로) 들어와서 112에 신고를 하고 있었는데 (범인과) 눈이 마주쳐서 무서워 문을 잠갔다”라고 덧붙였다.
그때 고등학생 여자아이 2명이 울면서 가게로 뛰어왔다. 칼부림 현장을 목격하고 겁에 질려 거의 얼굴이 노랗게 변한 아이들이 눈물을 쏟으면서 “죄송한데 여기에 들어와 있으면 안 되겠냐”고 하는 말에 A씨는 이들을 가게 안으로 들여 숨겨줬다.
A씨는 “(학생들이) 창문을 내다보지도 못하고 앉아가지고 울었다. 도망가서 괜찮다고 했더니 집이 (범인이) 도망간 쪽으로 가는 방향이라 한동안 그쪽으로 못 나가더라”고 했다. 경찰이 오고 어느정도 수습이 되고 나서야 학생들은 무사히 귀가했다.
조씨와 눈을 마주쳤던 A씨는 그 눈빛에 대해 생각보다 평범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범인) 눈빛은 당황한 눈빛이었지, 막 미친 듯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 ‘신림동 칼부림’ 피의자 조모씨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
|
앞서 피의자 조씨는 신림역 4번 출구 인근부터 폭 4m가량의 골목을 빠르게 움직이면서 여러 차례 남성 4명에 범행을 저질렀다. 체포된 조씨는 “예전부터 너무 안 좋은 상황이 있던 게 잘못된 것 같다”, “저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입니다. 죄송합니다” 등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경찰조사에서 마약 성분인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주장했으나, 마약 간이시약 검사 결과에서 음성이 나오자,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조씨의 진술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모발 등의 정밀 감식을 요청했다. 또한 조씨 휴대전화 포렌식과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 등을 통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소준섭 당직판사는 살인 혐의를 받는 조씨에 대해 “도망 염려”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가운데 경찰은 ‘신상공개 위원회’를 열어 빠르면 이번 주 초 조씨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