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민주당 정책통의 고백…“소주성, 韓진보지성 오류다”

by김미경 기자
2022.08.29 16:09:25

좋은 불평등
최병천|376쪽|메디치미디어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책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불평등’의 통념과 상식을 뒤집는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찐’(진짜) 진보진영의 정책 전문가이자 민주당의 대표 정책통을 지낸 저자가 “우리 사회 불평등의 원인이 적폐 탓이 아니라, 수출 대기업들의 후한 성과급 때문”이라든지, “우리가 보살펴야 할 진짜 하층은 저임금 근로자가 아닌 임금도 받지 못하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라는 결론의 생소함은 놀랍다(이진우 삼프로TV 공동대표 추천사 중).

그는 책에서 “재벌, 신자유주의, 비정규직은 불평등의 주요 원인이 아니다”라면서 “최저임금 1만원으로 대표되는 소득 주도 성장론은 2018~2019년 격렬한 논쟁에 휘말렸고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며 결국 후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한국 진보세력의 주장은 애초에 사회과학의 논리가 아니라 사회운동의 논리에 가깝다”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생겨난 진보 진영의 불평등 개념이 대부분 틀렸다” “재벌, 신자유주의, 비정규직 남용은 적폐이며 여기서 불평등이 비롯됐다는 믿음은 잘못”이라고 고백한다.

소주성 정책에 대해서도 “한국 진보의 집단지성이 집단 오류를 일으킨 경우로, 25년 진보 경제학의 총체적 실패”라며 “결과적으로 대규모 고용 충격이 발생했다”고 일갈한다.



결국 그는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경제, 정책을 잘 모르는데 정책 결정은 해야 하는 지위에 있다”면서 “문제는 학자들이 틀리고,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틀리고, 진보적 언론이 틀리는 경우다. 최저임금 1만원과 소득주도성장론도 이런 경우였다. 대학교수와 지식인들조차 진영론에 줄 서며, 오히려 ‘내로남불’이 표준이 된 시대였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오랜 기간 진보정당에서 활동했다. 민주당에서는 정책 관련 일들을 해왔으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마지막 정책 보조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을 지냈다. 현재는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독일 사회민주당 대표였던 오스카 리퐁텐은 ‘심장은 왼쪽에서 뛴다’라는 멋있는 말을 남겼다. 좌파의 심장을 가졌다는 의미다. 내 심장도 왼쪽에서 뛴다. 심장이 왼쪽에서 뛰는 사람이라면, 불평등 문제에 무관심할 수 없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