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조선업 인력 8000명 양성…‘K-조선’ 영광 재현 나선다

by문승관 기자
2021.09.09 16:09:50

정부 ‘K-조선 재도약 전략’ 발표…2030년까지 생산력 30%↑
시장점유율 친환경선박 75%·자율운항선박 50%…세계 1위
조선업계, 정부 지원 환영하지만…현장 반영 장기 전략 필요

[이데일리 문승관 함정선 기자] 정부가 내년까지 조선 분야 생산·기술인력 8000명을 양성한다. 스마트 야드 구축과 기자재 생산공정 자동화 등을 통해 디지털 기반의 생산역량 강화를 통해 2030년까지 생산성을 30% 향상할 계획이다. 친환경 선박도 올해 66%인 시장점유율을 2030년까지 75%를, 자율운항선박은 현재 0%에서 같은 기간 50%로 확대해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시장점유율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부는 9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K-조선 재도약 전략’을 발표하고 세계 1등 조선 강국으로 다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조선 세계 1위 재도약을 선포한 것은 현재 조선 시황 회복세를 기회로 삼아 고부가·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조선 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1~7월 전 세계 누계 발주량 3021만CGT(표준선 환산톤수) 가운데 한국은 42%인 1285만CGT를 수주해 과거 호황기(2006∼2008년) 이후 13년만에 최대 수주량을 나타냈다. 최근 3개월간 글로벌 발주의 47%를 수주하며 세계 1위를 달성했고 대형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가치 선박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친환경 선박 발주량의 63%, 66%를 차지했다.

정부는 수주 실적을 이어가면서 전 세계 조선시장의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그동안 조선업계와 전문가들이 지적해 온 인력부족, 디지털화, 친환경·스마트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조선업 생산성을 현재보다 30%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방안으로 인력확충과 육성을 꺼내 들었다. 그간 업계에서는 조선업의 수주 실적을 뒷받침할 충분한 생산역량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조선업 침체기에 고경력자들이 대거 이직했다”며 “고경력자의 타산업 전직, 고급 인력의 부족, 신기술 분야 인력 부족 등이 조선업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이번 전략에서 조선업 인력수급 지원을 가장 강조했다. 정부가 제시한 인력확대와 육성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고용노동부가 훈련비와 인건비를 대고 지자체가 4대 보험료를 지원하는 ‘경남형 고용유지모델’ 확산, 퇴직기술인력의 재고용을 통한 지원인력 투입, 신규인력 양성을 위한 인센티브 신설과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 확대다.

우선 기존 숙련인력의 고용 유지를 위해 ‘경남형 고용유지 모델’을 조선업 밀집 지역인 울산과 부산, 목포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훈련비·인건비를, 지자체가 4대 보험료를 지원해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퇴직자 재고용 기업에는 월 30만∼50만원의 채용 장려금을 최대 8개월간 지급한다. 이를 통해 퇴직기술인력을 중소 조선사 설계·엔지니어링 서비스 지원인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생산·기술인력 양성 교육사업을 확대해 내년까지 2660명을 양성하고 월 100만원을 2개월간 지급하는 신규 채용자 인센티브와 월100만원씩 지급하는 채용예정자 훈련수당을 신설해 신규 인력 유입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효과적인 인력관리를 위해 매년 300명 규모의 도장 분야 외국인 근로자 전문 취업 비자(E-7)를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디지털 기반 생산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로봇용접 등 인력 부족 분야의 디지털화를 먼저 추진하고 야드 내 물류·생산 전 공정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야드를 구축한다. 전남 영암에는 중소조선소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스마트 공유생산설비도 구축할 예정이다. 기자재 업계도 인력 유출 분야를 대상으로 제조공정 자동화를 시범 추진하고 기자재 생산에 특화한 통합 데이터 플랫폼 구축도 함께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친환경·스마트 선박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개발·보급 확대 방안도 마련했다. 친환경 선박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LNG 연료 추진선이다. LNG는 황산화물을 배출하지 않고 환경오염 배출량을 기존 화석연료보다 20~30% 감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료탱크 등 LNG추진 선박의 핵심 기자재를 국산화·고도화하고 LNG 벙커링(연료공급) 실증을 위한 전용 선박을 내년에 2척 건조한다. 울산 등에는 2024년까지 육상 LNG 벙커링 터미널을 구축한다.

2030년까지 88척의 공공부문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고 민간부문 140척의 선박도 전환하기로 했다. 수소 추진선은 2026년까지 연안선 실증을, 대양선 핵심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암모니아 추진선은 2026년까지 추진시스템 개발 후 실증에 나선다. 자율운항 선박과 관련해선 정부가 2025년까지 1603억원을 투입해 기술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내년 6월까지 울산에 실증센터를 구축하고 2023년까지 관련 법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자율운항 선박 개발과 국제표준화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 업계 지원책도 추진한다.

주역량을 높이고자 LNG선박 설계·엔지니어링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친환경 중소형·공공선박 표준선형 개발 및 설계·엔지니어링을 지원한다. 2030년까지 국가 관공선 전체의 약 83%인 388척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해 수요 기반을 넓힐 방침이다. 이를 통해 중소 조선소는 2조4000억원의 매출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지원을 환영하면서도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현장의 목소리와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는 생태계 조성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원천기술 개발에 장기적인 계획을 담아 진행하고 이와 함께 원천기술을 개발 후 이를 탑재한 배의 건조와 발주 등까지 일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수주호황을 겪고 있는 대형사와 달리 인력난부터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호황에서 소외된 중소 조선사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박사는 “무엇보다 조선산업의 생태계가 잘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중소조선사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하고 생산현장의 스마트화 등을 위한 지원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조선업은 국가 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기술적인 측면에서 경쟁국보다 앞서 갈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