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發 코로나19 확산에 인천 서구청장 확진…행정차질 불가피

by이종일 기자
2020.09.03 12:24:21

감염 확산 여파 서구청까지 뻗어
구청 공무원 8명 확진, 구민 우려
"방역·지역경제 어떻게 책임지나"
서구, 구청장 직무대리 체제 전환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서울·경기 교회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 여파가 전국을 휩쓰는 가운데 인천 서구에서는 공무원들이 잇따라 감염되고 급기야 구청장까지 확진되는 사태를 맞았다.

서구 부구청장은 구청장 직무대리를 맡아 업무를 이어가지만 방역 등에서 일부 행정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서구민들은 심곡동 주님의교회 집단감염과 구청장의 확진 소식에 불안감이 커졌다.

8월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여당 규탄 관련 보수단체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3일 서구에 따르면 이재현(60) 서구청장은 지난 2일 자가격리 해제를 앞두고 실시한 2차 검체 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천 기초단체장 중에서 첫 확진이다.

이 구청장은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확진 뒤 체온이 38도까지 오르며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됐다. 이 구청장은 앞으로 2주일 정도 병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이 구청장은 지난달 23일 확진된 서구청 직원 A씨(53)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서구청 공무원 중에서는 A씨에 앞서 서구의회 직원인 B씨(26·여)가 지난달 22일 확진된 후 감염자가 늘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서구청 공무원은 이 구청장을 포함해 전체 8명이 확진됐다.

서구는 A·B씨의 확진으로 공무원 1300여명에 대한 전수검사를 진행했다. 대부분 음성 판정됐고 밀접접촉자인 일부 직원은 2차 검체 검사를 앞두고 있다. A·B씨의 정확한 감염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재현 서구청장.




이 구청장의 병원 치료로 최종윤 부구청장은 3일부터 구청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이 구청장은 병상에 있으면서도 구정을 챙기겠다고 표명했지만 치료 등으로 인해 정상업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구민들은 이 구청장의 업무 공백이 방역 차질·지역경제 악화 등으로 여파가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구에 사는 C씨는 “교회 관련 확진자가 늘고 깜깜이 환자까지 나오는 상황에 구청장이 감염돼 병원에 있으니 서구의 행정력이 떨어질 것 같다”며 “부구청장이 직무대리를 맡는다지만 이 구청장만큼 일하지는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D씨는 “교회 집단감염으로 확진자가 더 나올텐데 구청장 없이 어떻게 방역을 할 것인지 모르겠다”며 “초토화된 지역경제도 걱정이다”고 설명했다.

서구에서는 올 2월2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뒤 7월27일까지 5개월 동안 전체 31명이 감염됐다. 이어 8월11일과 12일 각각 경기 용인 우리제일교회,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집단감염이 시작된 이후 서구에서 8월13일 32번째 확진자(용인 우리제일교회 감염자와 접촉)가 나왔다. 이후 서구 감염자는 급증해 이달 2일까지 전체 확진자가 140명으로 늘었다. 8월13일부터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109명이 증가한 것이다.

109명에는 용인 우리제일교회 예배,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예배, 8월15일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감염 확산 여파는 서구 주님의교회(심곡동)와 서구청(심곡동)으로까지 뻗어 피해가 커졌다.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심곡동 일대 상권은 무너졌고 주민 불안감은 증폭됐다. 서구청 공무원 50여명은 자가격리에 들어가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

이재현 서구청장은 3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서구의 방역책임자인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구민에게 죄송하다”며 “내가 더 안전하게 했어야 했는데 이런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를 받고 있지만 병원에서 방역과 구정을 챙기겠다”며 “구민들이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구 관계자는 “이 구청장과 전화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중요사안에 대해서는 지휘를 받고 있다”며 “부구청장이 구청장 직무대리를 맡기 때문에 구청장 업무 공백은 거의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