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진땀 청문회.. "정권따라 소신없이 행동" 지적에 "단면만 봐선 안돼"

by박수익 기자
2013.03.13 19:04:59

[이데일리 권욱 기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데일리 박수익 나원식 정다슬 김인경 기자] 13일 국회 본관 430호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경제수장 후보자가 검증대에 섰다.

공중파 3사의 생중계 카메라 속에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등장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는 최근 경제민주화 기조의 후퇴 지적을 의식한 듯,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경제민주화 기반을 통해 성장기반을 확충하고, 복지와 앞으로의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정의 내렸다.

하지만 곧바로 반론이 이어졌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창조경제를 경제민주화를 통해 이룬다는게 좀 이상하다. 제가 볼 때는 미진하다. 더 정교하게 만들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집권여당의 정책위부의장이자, 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민생경제추진단장으로 경제분야 공약을 주도했던 경제 전문가의 훈수(?)로 청문회는 시작됐다.

야당 청문위원들이 바통을 넘겨받자 칼날은 더욱 매서워졌다. 경제부처 수장으로서의 소신과 리더십에 대한 추궁이 집중됐다. 먼저 설훈 민주통합당 의원이 “경제수장을 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다소 무례한 언사가 있더라도 국가경제를 지켜내야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양해해달라”며 포문을 열었다.

“KDI(현 후보자의 직전 직장) 직원에게 쭉 조사해봤더니 ‘이번에 현 후보자가 꼭 장관이 되시길 바란다’고 얘길 해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혹시 장관 안돼서 돌아오면 큰일나니까 꼭 돼야 한다’는 역설적인 얘길 했어요. 내부평가가 중요한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우수연구기관이었던 KDI가 현 후보자의 원장 부임 이후 2009년부터 3년 연속 미흡한 연구기관으로 전락했는데, 후보자 책임이라 생각하지 않습니까.”

현 후보자가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을 지내던 시절인 2007년과 2008년 직원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기관(KDI)과 민간기관(무역협회) 모두에서 낙제점을 받은 사람이 경제부처 수장 자격이 있느냐”는 추궁이었다.

현 후보자는 이에대해 “평가에 관해 피평가자가 말하는 것은 합당치 않지만, 어떤 의미에선 제가 좀 더 노력하고 직원과 좀 더 화합하는 가운데 일을 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리더십 문제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새누리당 측 청문위원인 이재영 의원까지 가세했다.

“일각에서는 후보자가 정권에 따라 소신없이 행동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한국무역협회소장하셨죠.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참여정부는 어느 정부의 경제정책기조보다 바람직하다고 칭찬했다가, 3년 뒤 정권말기에는 ‘변화를 꽤 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고 비판적으로 입장을 바꿨어요. 이명박 정부때 KDI 원장으로 있으면서 친(親)정부 원장이라는 평판을 들을 정도로 정부정책에 우호적이었다가, 작년말 한 인터뷰에서는 ‘더 넓게 보고 전략 세웠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있다고’ 부정적 평가를 했어요. 후보자의 경제 비전은 필요에 따라 바뀌는 것은 아닌지, 그렇기 때문에 경제수장으로서의 일관성과 소신 부족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현 후보자는 다소 억울한 듯 해명했다.

“그런 인식 줬다면 전적으로 제 책임이지만, 경제정책을 평가할 때는 하나의 단면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그때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닙니다.”

이재영 의원이 다시 말을 받았다. “후보자는 첫 경제부총리로 중대한 책임이 있어요. 5년후에는 입장이 바뀌는 모습은 안보였으면 합니다.”

청문회 개최 전부터 제기된 각종 도덕성 검증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번에는 국정감사 때마다 매서운 질문으로 이름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통합당 간사 김현미 의원이 나섰다.

질문은 단답식으로 진행됐다.

“아드님 복수국적 맞죠”

“네 그렇습니다.”

“복수국적 기간 동안 우리나라 건강보험 혜택 받은 것 맞죠”

“네 사실입니다만. 늦게나마...”



“아드님 일산으로 일 년간 위장전입 맞죠”

“....”

“제가 확인했어요. 일산이 제 지역구예요”

“본인하고 아드님 (군) 현역 안 간것 맞죠”

“네... 저는 보충역...”

“(의혹 가짓수가)4성·6성·8성 장군 얘기 나오는데 이런 것 해도 장관하는데 지장 없어요. 예전엔 이런 것 하나만 있어도 국무총리 안됐지만, 정권의 도덕성 거꾸로 가는 것에 개탄합니다.”

현오석 후보자가 공직(KDI 원장) 시절 일어난 저축은행 뱅크런 사태때 대량의 예금을 인출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윤호중 민주통합당 의원이 나섰다.

“공직자에게 있어 부도덕과 무능, 무엇이 더 해악이죠”

“두개 다 해악입니다”

“둘 중 하나 선택하라면”

“경중을 따지기 어렵습니다.”

“KDI원장이던 2011년 솔로몬·경기솔로몬저축은행 두 곳에서 예금 2억원을 인출했죠.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책임감이 있었다면 만기도래했더라도 이자분만 출금하고 다시 계좌 개설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아파트 잔금처리 위해 부득이하게 만기된 것을 해지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답할 줄 알았어요. 다른 은행 예금한 걸 살펴보니 10억원이 넘어요. 은행이 저축은행보다 이자가 낮은데, 싼 이자로 예치한 금융자산을 인출해 현금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데 왜 꼭 저축은행 계좌를 인출해서 집 사는데 쓰려고 한거죠. KDI원장이라면 혹시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부총리를 준비하며 고민하면서 살아온 분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되요”

해명을 이어가던 현 후보자는 결국 “앞으로 좀 더 분별있게 행동하도록 하겠다”고 답변을 마무리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은 대부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으나, 현 후보자의 답변 대부분은 대선공약과 인수위가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못했다.

송곳 질문을 이어가던 김현미 의원이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사실 박근혜 정부서 청문회는 별 의미 없습니다. 해봤자 제 힘 빼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정권에서 어떤 결정을 할 지라도 국민은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청문회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