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정현 기자
2012.05.03 19:08:22
[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짱구 등 만화 캐릭터를 내세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어린이 음료가 높은 당 함량으로 소아비만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산성도(pH)도 어른 음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 충치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음료 17개 제품을 대상으로 당 함량과 산도(pH)를 비교한 정보를 발표했다. 등산화, 변액연금보험에 이은 3번째 k-컨슈머리포트다.
분석 결과 17개 어린이 음료 모두 설탕·과당과 같은 당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고, 감미료 등을 첨가해 단맛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카콜라의 `쿠우 오렌지`의 당 함량이 한 병당 38g으로 가장 높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우리나라 5세 어린이 일일 섭취량인 35g을 넘는 수치다.
농심의 `카프리썬 오렌지 맛`(23g), 상일의 `유기농 아망 오렌지`(21g), 조아제약의 `튼튼짱구`(20g)의 당 함량도 식약청의 기준치인 17g을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식약청은 어린이 음료의 1회 제공량(식품 1회 소비시 섭취하는 영양성분 함량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하는 단위)을 기준으로 단백질 함량이 2g 미만이면서 당 함량이 17g을 초과하면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고열량·저영양 식품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학교매점이나 인근 슈퍼마켓, 문방구 등에서 판매가 금지되고, 어린이들이 주로 시청하는 5~7시 시간대에 TV 광고를 할 수 없다.
웅진식품의 `자연은 튼튼`과 한국인삼공사의 `아이키커 사과`의 당 함유량이 10g으로 조사 대상 품목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일부 제품은 당 함량을 낮게 표시하거나, 영양 성분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꼼수를 부렸다. 조아제약의 `튼튼짱구`는 1병 전체 용량(300mL)을 1회 제공량으로 하지 않고, 그 절반인 150mL를 기준으로 잡아 당 함량을 20g이 아닌 10g으로 표시했다.
소비자원은 "혼합음료는 1회 제공량을 133~339mL 범위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는 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통상적으로 음료 한 병을 한번에 마시기 때문에 전체 용량을 기준으로 함량을 표시하는 게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로제트의 `디보 키즈업 홍삼음료 트로피컬`과 건강마을의 `로보카 폴리 포도`는 각각 비타민C와 칼슘이 첨가돼 있다고 제품 표면에 광고했지만, 구체적인 함량을 표시하지 않았다. 소비자원은 "식품 표시기준을 위반한 두 업체에 대해 시정조치 등 행정조치를 하고, 1회 제공량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지 않도록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린이 치아 건강에 중요한 산도(pH)는 모든 제품이 낮았다. pH는 수치가 높을수록 알칼리, 낮을수록 산성이라는 뜻이다. 조사 결과 17개 제품 모두 콜라·사이다와 비슷한 pH 2.7~3.8로 측정됐다.
소비자원은 "pH 5.5 이하 상태가 지속되면 치아 보호막인 에나멜층이 손상돼 충치가 발생하기 쉽다"며 "음료를 마신 후 바로 양치질을 하면 치아 보호막이 부식될 수 있어 물로 입을 헹구고 30분 후에 양치질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