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킹달러’의 귀환…월가 IB "계속 오를 것"

by김상윤 기자
2024.11.13 07:56:57

거침없이 치솟는 달러 4개월 만에 최고치
"킹달러, 정책 변화 규모와 속도에 달려"
유로화 약세…"달러=유로 가능성도 있어"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킹달러’ 현상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대규모 관세부과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다시 부추기고 금리 인하를 더디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강해지면서다. 아울러 무역전쟁에 따라 무역파트너국가들의 경제는 더욱 약화하고 미국 경제만 순항하면서 킹달러 현상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JP모건 체이스, 골드만삭스 그룹 등 주요 월가 투자은행들은 달러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38% 오른 105.95를 기록하고 있다.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월가에서는 트럼프의 재선과 동시에 공화당이 상원·하원을 동시에 ‘싹쓸이’할 경우 유세기간 공약한 대규모 관세부과 정책은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은 무역적자 규모와 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과 1974년에 마련된 무역법 제122조 등 법률에 따라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대통령 권한으로 과세를 부과할 수도 있지만, 만약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가져갈 경우 세법 개정을 통해 보다 강하게 관세를 상향시킬 가능성도 있다.

경제학자들은 대규모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입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재발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가 더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채금리는 계속 치솟고, 달러 역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뉴욕 UBS의 외환 전략가인 바실리 세레브리아코프는 “대선 이후 움직임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현재 시장은 트럼프 2기 임기의 영향, 특히 관세 인상 등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넥스의 외환 트레이더인 헬렌 기븐은 “내년은 물론 2026년까지 상당한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트럼프는 대규모 지출을 지양하면서 대외 무역정책은 상당히 보호주의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달러인덱스 추이 (그래픽=마켓워치)
달러강세는 트럼프가 취임이후 10~20%에 달하는 보편적 관세를 비롯해 중국에 60~100%에 달하는 관세 부과를 얼마나 빨리,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에 달려 있을 전망이다.

도이치뱅크의 글로벌 외환 리서치 책임자인 조지 사라벨로스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매우 높고, 이제 정책 변화의 규모와 속도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유럽이나 중국의 상응하는 보복조치 없이 트럼프 관세부과가 완전히 그리고 빠르게 시행된다면 달러가치는 보다 빠르게 오를 수 있다”고 했다.

JP모건체이스는 공식적인 관세 발표가 없더라도 트럼프 당선에 따른 충격만으로도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라 찬단 JP모건 전략가는 “트럼프 정책 시행시기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달러화 경로가 일직선으로 갈 것 같지 않지만, 향후 몇달간 달러가 7%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유로화는 달러와 동등해질 것”이라고 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1유로당 1.0595달러(유로화 약세)까지 떨어져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골드만삭스 역시 트럼프의 공약이 달러 강세를 부추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카막샤 트레베디 골드만 전략가는 “달러 랠리가 지속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인은 거의 없다”면서 “트럼프의 정책 의제 외에도 경제 모멘텀이 다시 달러화를 강세로 돌아서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달러화 강세 여부는 다른 국가의 대응 조치에 따라 상승폭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