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밀리는 바이든, '낙태 권리'로 전세역전 나선다(종합)
by김상윤 기자
2023.11.09 13:01:19
중간선거 이어 다시 위력 보여준 낙태 이슈
오하이오·버지니아·켄터키 낙태권리 강화 지지
바이든 캠프, 낙태권리 강화 중심 캠페인 전략
트럼프 사법리스크가 변수…모든 이슈 삼킬수도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내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밀리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전세역전을 노릴 기회를 찾았다. 낙태 권리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높은 점을 다시 확인하면서, 내년 대선 핵심 어젠더로 낙태 권리를 부각하며 반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 낙태 지지 주민들 환호 7일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낙태권을 주 헌법에 명시하는 개헌안을 지지하는 주민들이 주민투표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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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치러진 낙태(임신 중단) 주민투표와 미 주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두면서 바이든 선거 캠프는 즉각 낙태 권리 강화를 중심으로 선거 전략을 짜고 있다. 전날 치러진 선거에서 낙태 이슈의 위력을 다시 확인하면서다.
우선 오하이오주에서 치러진 낙태권 보장 개헌을 위한 주민투표는 과반이상(56%) 찬성으로 통과됐다. 오하이오주는 지난해 6월 연방 대법원이 임신 6개월까지 낙태를 연방 차원에서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낙태권 존폐에 관한 결정 권한을 각 주로 넘긴 이후, 낙태권 보장을 결정한 7번째 주가 됐다. 오하이주는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던 만큼 확실한 공화당의 ‘표밭’으로 평가받는 지역이다.
여기에 버지니아 주의회 상·하원 선거 결과 민주당이 양원 모두에서 다수당에 올라섰다. 버지니아 의회 선거 역시 낙태 권리가 주요 선거 테마였다. 공화당 소속 글렌 영킨 주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주의회 양원을 장악한 뒤 임신 15주까지만 낙태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번 선거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은 켄터키주에서도 민주당 소속 현 앤디 베시어 주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대법관 선거에서도 낙태권 수호자’를 자처해온 댄 맥커패리가 당선됐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낙태권리를 중심에 두고 캠페인을 펼쳐왔고, 주효했던 셈이다.
백악관은 이번 승기를 이어가기 위해 캠페인 전략을 짜고 있다. 이미 바이든 선거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것을 지지한다는 광고를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던 점을 부각하면서 트럼프에 밀리는 바이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애리조나, 플로리다,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역시 낙태 주민투표가 진행 중인데,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예고없이 기자들과 만나 “어제는 민주주의를 위해 좋은 밤이었다”며 “중간 선거부터 어젯밤까지 유권자들은 여성이 자기 몸과 관련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정부가 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낙태금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는 공화당을 비판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열세를 보이고 있어 다급한 상황이다. 8일 CNN이 여론조사 기관 SSRS에 의뢰해 지난달 27일부터 2일까지 전국의 성인 1514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3.3%p)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45% 대 49%로 밀리고 있다. 심지어 후보 교체론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결과는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이후 1년이 넘도록 낙태 권리에 대한 요구가 정치권 전반에 걸쳐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신호”라며 “내년 대선에 잠재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년까지 낙태권리가 핵심 어젠더가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당장 내년초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 판결이 나오면서 대선이 사법이슈로 덮어질 수 있어 낙태권리가 지속적으로 민주당에게 유리할지는 알 수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