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경영인 김영섭 CEO, KT 첫 행보는 '내부 다지기'

by김현아 기자
2023.08.30 16:49:52

김영섭 KT CEO 30일 취임..출석주식 60%이상 찬성
'사람’과 ‘함께’를 키워드로 KT와 사귀는 중
구체적 구호 없이 기업문화 언급만..인재 강조
조직개편은 당분간 없을듯…주가도 회복세

[이데일리 김현아 전선형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KT는 30일 김영섭 대표(사진)가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 이후 첫 행보로, 임직원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 미래 비전과 경영 방향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출처=KT


“외유내강(外柔內剛)형 프로 경영인이죠. 경영 야전(野戰)에서 활동했지만, 임기가 짧아 당장 뭔가를 어설프게 예단하고, 구호를 내걸기엔 어려웠을 거에요. 그런 분들이 KT를 망쳤잖아요.”

김영섭 KT CEO가 30일 임시주주총회 이후 내놓은 취임사에 대한 지인의 평이다. 지난 4주 동안 그와 함께 했던 지인은 김영섭 대표가 새로운 경영 비전이나 구체적인 경영 목표를 언급하지 않을 걸 두고 “잘한 일”이라고 했다.

내심 ‘All New KT(이석채 전 회장)’, ‘1등 KT(황창규 전 회장)’ 같은 선명한 구호를 기대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주니어급 직원 40여 명과 50여 분 동안 타운홀 미팅을 하면서 ‘큰 기업보다는 기본과 실질을 갖춘 좋은 기업을 바란다’는 소신을 밝혔을 뿐이다.

김 CEO는 주총에서 CEO로 선임된 뒤, 곧바로 자리를 옮겨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취임식을 했다. 그는 ‘사람’과 ‘함께’를 강조했다.

그는 “첫번 째가 고객입니다. 우리가 기업이잖아요”라면서, 통신사업은 더 단단하게 하고, 기업 고객들이 원하는 산업 ICT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전문기업이 되자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KT를 찾아오게 하려면 역량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KT는 통신기술(CT)을 잘해왔고, 정보기술(IT)에서 좀 더 빠른 속도로 역량을 모아 정보통신기술(ICT) 고수가 되자”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뛰어난 역량이 있으면 핵심 인재로 우대하겠다. KT그룹의 전문역량뿐 아니라 외부의 전문역량까지 더 해야 한다”고 했다.

실질과 화합도 강조했다. 김영섭 CEO는 “뿌리가 단단하지 않은데 지속적으로 좋은 열매를 맺을 순 없다”면서 “통신과 ICT라는 본업을 단단히 하고 이를 토대로 질적, 양적으로 사업을 키우자”고 했다. 또 “다름을 인정하되, 함께 목표를 달성하는 동료로서 존중하자”며 “특히 리더가 단기적인 외형 성과에만 집착하면, 제대로 된 화합이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KT 직원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30대 직원은 “타운홀 미팅에서 (김 대표가 CEO로 있었던) LG CNS처럼 시험(기술역량레벨평가제도)을 보느냐는 질문이 나왔는데, 솔직하게 답하셨다”고 했다. 이 질문에 김영섭 CEO는 “전 회사는 IT 전문기업이어서 성격이 다르다”면서도 “본부에 따라 직원 역량 평가 방법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LG CNS처럼 시험을 보는 부서도 있을 순 있다.



인사나 조직 개편 같은 현안들은 순리(順理)에 따라 하겠다고 했다. 김영섭 CEO는 “경영 공백이 있어 인사와 조직개편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해야 하나, KT인 대부분이 훌륭한 직장관을 갖고 일하셔서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고, 최장복 KT노동조합위원장은 “신중하시지만, 되게 솔직하고 경영방향에 대해 정확히 말씀하시더라”면서 “일단 몇몇 곳에 원포인트 인사를 하고 연말쯤 조직개편을 하시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당장은 퇴사 의사를 밝힌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나 검찰 수사를 받는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 등 일부만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취임 첫날, 화려한 구호는 말하지 않고 내부 다지기에 나선 김영섭 CEO이지만, 어깨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주총 출석 주식 수의 60% 이상이란 상향된 기준으로 임직원 5만 8,000여명을 이끌 KT호의 선장이 됐지만, 그의 임기는 2년 7개월에 불과하다. 여럿 미션을 수행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풀지 못한 KT 지배구조 숙제로 마지막 7개월은 흔들릴 우려도 있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KT는 경쟁사들과 달리 대한민국의 유무선 인프라, 백엔드를 책임지는 기업 아닌가”라면서 “통신요금 인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는 점차 클라우드화되는데 여기에 생성형AI까지 겹쳐 있다. KT가 국민기업으로서 대한민국 ICT를 위해 과감히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은 기대감을 표출했다. 주주 배영환 씨는 “LG CNS 대표로 오래 역임하며 매출 등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다”며 “KT 대표로도 실질적인 성장을이끌기를 바라며, 주주환원 정책도 신경 써서 저평가된 기업가치 높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오랜 경영 공백 끝에 CEO가 선임돼 KT 주가가 3만 3,000원대로 회복하고 있다”면서 “시스템통합(SI)이나 클라우드를 해보신 경험이 있어 기대한다. 대표님께서 KT의 비전을 보여주시면 좋겠다. 다만, 주가가 4만 원 대까지 가려면 2년 7개월 뒤 상황도 보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