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기로에 선 석화업계…체질 개선해 '불황 터널' 탈출한다
by김은경 기자
2023.06.20 18:42:20
시황 악화·정유사 진출·중국 증설 '삼중고'
석화 구조조정 LG화학, 3대 신사업 비중↑
롯데케미칼·SKC, 자회사 매각해 군살 정리
금호석화, 시장 확대되는 'CNT' 증설 나서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석유화학업계가 돈이 안 되는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시황 회복이 더디자 업황 영향을 크게 받는 석유화학 대신 성장성이 높은 이차전지(배터리), 반도체 소재 분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부문 한계사업 구조조정을 공식화한 LG화학(051910)이 대표적인 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전날(19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범용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지분 매각,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이에 따른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 LG화학 여수 나프타 분해시설(NCC) 전경.(사진=LG화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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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에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여기에 국내 정유사의 석유화학 산업 진출과 중국 기업들의 정유·석유화학 일체형 콤플렉스 신증설 러시로 대내외 경쟁 환경의 어려움마저 심화하고 있다. 따라서 LG화학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신성장동력 사업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북 익산에 보유한 연산 4000톤(t) 규모의 설비와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2조원의 투자 자금 마련에도 나섰다.
LG화학의 새로운 먹거리는 신학철 부회장이 추진하는 3대 신사업인 ‘이차전지(배터리) 소재·친환경 소재·혁신 신약’ 분야다. LG화학은 3대 사업 매출 비중을 지난해 21%에서 2030년 57%로 끌어올리고 연 매출 3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사업 중에서도 전지 소재는 LG화학이 가장 집중하는 분야다. LG화학은 올해 12만t 규모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2028년 47만t까지 4배가량 확대한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외 신규 글로벌 고객사 비중도 확대해 40% 수준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규모가 커지는 전기차 대중 소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전압 미드니켈, 리튬인산철(LFP), 망간리치 등 다양한 중저가 양극재 제품군으로 사업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현황.[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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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011170)도 자회사 매각을 통한 군살 덜어내기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월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 보유지분 전량(75.01%)을 약 2000억원에 매각했다. 반대로 신사업 진출을 위한 인수합병(M&A)은 과감하게 단행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소재인 동박 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이차전지 소재사업 본격 진출을 알렸다.
금호석유(011780)화학은 성장 사업으로 추후 시장 확대를 앞둔 탄소나노튜브(CNT) 제품 경쟁력 확보를 중점으로 진행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충남 아산공장에 CNT 생산라인을 증설 중이다. 현재 연간 생산능력은 120t으로 내년 증설이 마무리되면 생산능력이 360t까지 3배 증가하게 된다.
SKC(011790)의 경우 최근 폴리우레탄 원료사업 자회사인 SK피유코어 매각을 결정했다. 현재 복수의 매수 후보자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앞서 SKC는 지난해에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필름·가공사업을 1조6000억원에 매각하는 등 비주력 자회사 매각을 빠르게 진행 중이다. SKC는 동박의 글로벌 판매를 확대하고 반도체와 화학사업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반도체와 이차전지 소재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총 1조8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로 현금 확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재생 에너지기업 전환에 힘을 주고 있는 한화솔루션(009830)의 태양광 사업은 이미 석유화학을 뛰어넘는 주력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한화솔루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714억원 가운데 신재생 에너지 부문 영업이익은 2450억원으로 케미칼 부문(337억원)과 7배 넘게 차이를 벌렸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불황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 작업은 석유화학 기업들에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당분간 시황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움직임은 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