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전쟁'아모레vs코스맥스…"결국엔 이미지 싸움"

by송주오 기자
2017.09.07 14:13:28

아모레, 쿠션 개척자 이미지 강화 효과 기대
경쟁사들의 쿠션 시장 확대 견제도 있어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코스맥스가 쿠션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아이오페에서 최근 출시한 맨 에어쿠션.(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아모레퍼시픽(090430)그룹과 코스맥스(192820) 간 쿠션 특허 공방을 두고 업계에선 이미지 싸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입장에서 이번 소송이 쿠션 개발의 원조로서 대내외에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맥스의 고객사 중 글로벌 화장품 업체의 쿠션 시장 지배력 확대를 견제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누릴 수 있어 패소하더라도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손해 볼게 없다는 분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코스맥스는 쿠션 특허무효소송과 특허침해 금지소송의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쿠션은 2008년 아모레퍼시픽그룹이 10여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출시한 제품이다. 쿠션은 선크림과 메이크업베이스, 파운데이션 등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멀티 메이크업 제품이다. 2008년 출시 후 누적 판매량만 1억개 이상에 달한다. 2015년 매출의 20%가량이 쿠션에서 창출됐을 정도다. 쿠션에 시큰둥했던 랑콤 등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도 최근 관련 제품을 출시하며 상품성을 인정했다.

각 회사에서 쿠션 제품 출시가 늘어나면서 코스맥스로 불똥이 튀었다. 코스맥스가 미샤, 클리오, 로레알 등 화장품 회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조·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코스맥스는 중소업체 6곳과 함께 지난 2015년 ‘쿠션 제조기술의 일반성’을 들어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제기한 특허침해 금지소송에서도 패소하며 궁지에 몰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앞서 지난 2012년 LG생활건강과 쿠션 특허(특허등록 제1257628호)를 둘러싸고 혈전을 펼쳤다. 1심에선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승소했지만 항소심 진행 중 양사가 합의를 통해 소를 취하하면서 일단락 됐다.



업계에선 법원의 판단과 상관없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기술 선도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구축을 위해 코스맥스와의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외 600여개의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코스맥스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진행함으로써 쿠션 기술의 원조임을 강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이 쿠션을 개발하고 관련 시장을 개척해왔다”며 “시장 참여자가 늘면서 개척자의 이미지가 퇴색되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코스맥스 보다는 고객사에게 아모레퍼시픽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쿠션 시장에서 외산 브랜드의 확장 견제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법적 공방에 휘말린 만큼 브랜드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코스맥스에 의뢰하는 물량을 줄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여기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자존심도 얽혀 있다. 쿠션은 서 회장이 중시하는 ‘혁신 제품’의 대표 제품이다. 최근 열린 창립 72주년에서도 서 회장은 혁신을 강조하면서 ‘세상에 없는 제품 개발’을 주문했다. 소송에서 밀리면 혁신의 아이콘과 같은 쿠션의 이미지 훼손도 불가피해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양사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송과 별개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쿠션을 제조·생산하면서 자사 특허와 다른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며 “하지만 자사 특허를 이용해 만들 경우 우리와 협의를 해야한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