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글로벌 자금…`웃돈 내고 투자` 회사채도 등장
by최정희 기자
2015.02.04 15:41:01
네슬레 발행 4년물 회사채, 사상 첫 마이너스금리
獨 10년물 국채, 장기불황 日보다 낮아져
| <자료:inventingpatents.com> 네슬레 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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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3일(현지시간) 유럽 채권시장에선 좀 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독일 10년물 국채(분트채) 금리가 20년 장기불황에 허우적대는 일본 국채 금리 아래로 떨어지더니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가 발행한 회사채가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했다. 둘 모두 역사상 처음있는 일어난 일이다.
투자자들은 네슬레에 투자하면서 오히려 수수료를 내게 되는 셈이다. 국채보다 더 위험한 회사채가 마이너스(-)금리를 기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 만큼 투자자들은 돈을 버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자신의 자산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유로존에서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회사 중 하나인 네슬레가 발행한 만기 4년짜리 회사채 수익률이 -0.008%에 거래됐다. 이보다 앞서 지난주 석유 메이저인 로열더치셸이 지난주 잠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회사채에 투자하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일정액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날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도 0.34%로 일본 10년물 금리 0.36%보다 낮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1조유로 이상의 유로를 푼다는 방침을 밝힌데다 그리스 채무 재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6년만기 이하의 채권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프랑스는 4년만기 이하,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은 5년만기 이하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스위스는 심지어 13년 만기의 채권도 마이너스다.
JP모건에 따르면 만기 1년 이상의 유로존 국채 1조7000억달러가 마이너스에 거래되고 있다.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채권까지 합할 경우엔 1조8000억달러 채권이 마이너스다. ECB가 지난해 6월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쪽으로 향하고 있다. 유럽 뿐 아니라 2주 전 일본 국채가 마이너스로 1조8000억달러가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전 세계 채권 중 3조6000억달러가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 <자료: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요국 10년물 국채 금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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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보 콜레 UBS 채권전략가는 “최고 등급의 회사채 투자자들은 현금을 보호하는데 더 관심이 있다”며 “ECB의 돈 풀기 정책이 주식보다는 채권을 더 좋은 투자장소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낮은 금리는 ECB 등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QE)를 하는 정부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 자금을 장기간에 걸쳐 싸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만 아메드 롬바르드오디어 전략가는 “높은 등급의 유럽 국채가 가까운 미래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마이너스 채권에 투자하는 이유는 그나마 이게 좀 더 나은 투자처란 생각 때문이다. JP모건은 디플레이션 우려, 스위스프랑 및 덴마크 크로네 등 통화가치 상승을 노린 환차익, 중앙은행의 추가 부양책에 따른 마이너스 예금금리 확대 가능성, 마땅한 투자처 없음 등을 마이너스 채권 투자의 이유로 꼽았다.
특히 ECB를 비롯해 스위스, 덴마크 등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간 곳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오히려 마이너스 국채를 사는 게 더 낫단 분석이다. 스위스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돈을 예치할 경우 -0.75%가 적용되는데 차라리 7년물 국채를 살 경우엔 -0.67%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더 나은 투자처라기 보단 ‘덜 최악’인 곳은 찾으려 한단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