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보와 지구환경을 지키는 열쇠

by김형욱 기자
2023.02.20 15:10:56

[기고]권원택 한국수력원자력 원전사후관리처장

[권원택 한국수력원자력 원전사후관리처장] 동해에서 나는 명태, 대구에서 생산된 능금 얘기를 들은 지 꽤 세월이 흘렀다. 어느 시절의 이야기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한반도는 아열대화되어 가고 있는데 올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아열대화 추세에 북극한파라니. 그야말로 기후변화가 무쌍하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가운데)이 지난해 8월1일 월성원자력 본부 내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건식저장시설(맥스터) 관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구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대량으로 배출돼 지구대기권에 누적되어 온 온실가스를 꼽는다. 우리나라 환경부의 2020년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을 보면 온실가스 배출의 대략 87%가 에너지 소비에 의한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 전력과 열 생산이 33%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해서, 즉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인간의 에너지 소비를 위해 내뿜는 온실가스 배출을 반드시 줄여야 한다.

어느덧 전기는 우리 생활에서 필수재가 됐다. 전기 없이 휴대폰도, 밥도, 지하철도 없다. 이러한 전기 생산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적은 에너지가 원자력발전이다. 2021년 유럽경제위원회(UNECE)에서 단위전기 생산에 원자력이 5.1~6.4인 반면에 풍력이 7.8~23, 태양광이 8~83, 수력이 6~147, LNG가 403~513, 석탄화력이 무려 751~1,095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발표했다. 이를 보면 인간의 에너지 소비와 지구온난화 관계에서만큼은 원자력발전이 가장 우수하다 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은 해결해야 할 것도 있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이다. 현대의 과학 기술은 지구 상에서 영구적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2021년, 문재인정부 시기에 5년여 기간 전문가들이 기술적으로 검토해 발표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서 충분히 안전한 영구처분시설을 계획했다. 아울러 영구처분 전에는 중간저장시설을 운영하여 전반적인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로드맵도 수립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운영 중인 고준위 영구처분시설은 아직 없으나 핀란드가 부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받아 2025년 처분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중간저장시설 역시 프랑스, 영국, 독일 등 10개국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우리나라도 현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법(안)에는 관리시설을 확보하기 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에 한시적으로 저장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은 습식과 건식이 있는데 습식에서 일정 기간 냉각된 연료를 공기에 의한 자연냉각으로 보관하는 것이 건식이다. 전세계 33개 원전 운영국 중 24개국이 건식저장시설을 운영하거나 건설하고 있다. 아직 고준위 관리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하고자 하는 것은 최적화된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법을 따르는 것이다. 건식저장 방식의 안전성은 아이러니하게도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입증되었다. 2015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연구보고서는 당시에 심각한 지진과 쓰나미에서도 건식저장시설은 안전하게 보존되었다고 발표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사태 이후의 인플레이션으로 난방비 폭등이며 물가상승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필수적인 에너지 수급이 어느 나라보다 중요하다. 탄소세 도입, 유가와 가스가격에 대한 부담, 이로 인한 전기요금과 수출원가의 상승 등 현실적으로 원전을 통해 에너지의 상당량을 소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업자 입장에서 건식저장시설을 서둘러 건설해야 하고 정부와 국회는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영구적 관리를 위한 특별법을 조속히 마련해 주시길 바랄 뿐이다. 이는 또한 우리 세대가 기후변화의 심각한 문제를 풀어내는 열쇠라고도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