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ESG 리더십…SK지오센트릭, 화학 떼고 친환경 성장
by박순엽 기자
2021.08.31 15:11:44
10년 만에 사명 교체…‘지구 중심적’이라는 의미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차세대 사업으로 선택
“화학적 3대 기술 바탕으로 업계에서 우위 확보”
폐플라스틱 처리 설비 등 2025년까지 5조원 투자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SK종합화학이 출범 10년 만에 ‘SK지오센트릭’(SK geo centric)으로 사명을 바꾼다. 지오센트릭은 ‘지구 중심적’이란 의미다. SK지오센트릭은 사업 중심축을 친환경으로 전환,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재활용 설비 구축 등을 위해 5조원을 투자하는 등 ‘세계 최대 도시유전(油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사명에 담았다.
이 같은 변신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강조하는 ‘변화’와 ‘확장’ 기조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다. 사명에서 ‘화학’을 빼며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2019년 8월 ‘이천포럼’에서 “기업 이름에 에너지, 화학 등이 들어가면 근본적 변화를 꾀하기 어렵고, 지금 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SK건설도 올해 5월 친환경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SK에코플랜트’로 변경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 자회사 SK종합화학은 31일 오전 ‘브랜드 뉴 데이(Brand New Day)’ 행사를 열고 SK지오센트릭이라는 새로운 사명을 공개했다. 지난 2011년 SK에너지의 석유화학사업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할해 SK종합화학 이름을 내건 지 10년 만이다. 새 사명은 9월부터 공식 사용한다.
|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31일 열린 국내외 언론 대상 ‘브랜드 뉴 데이(Brand New Day)’ 행사에서 새로운 사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지오센트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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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지오센트릭 사명 변경은 먼저 비즈니스 모델을 석유화학 사업 중심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이날 “한국 최초 석유화학 회사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기반을 둔 도시유전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할 것”이라며 “플라스틱 순환경제와 친환경 확산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이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선택한 ‘도시유전’은 원유로 플라스틱을 생산하듯, 폐플라스틱 자원 순환 생태계를 통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최근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다양한 기업에서 친환경 선언이 이어지면서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한 친환경 재활용 제품의 수요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SK지오센트릭은 도시유전 사업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이란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나 사장은 “2030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성장률 12%, 2050년에는 600조원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점은 성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2025년엔 친환경·재활용 영역에서 기존 비즈니스를 웃도는 60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지오센트릭은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자사의 국내 플라스틱 생산량에 해당하는 연간 90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처리 설비 능력 확보와 친환경 소재 확대 등에 약 5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2027년까지 SK지오센트릭의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 전체에 달하는 연간 250만t의 폐플라스틱을 직·간접적으로 재활용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사업 전환에 드는 재원을 확보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서원규 전략본부장은 “기존 비즈니스로도 5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창출하고 있고, 2024년부터는 리사이클 비즈니스로도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며 “모자란 부분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나 JV 등 다양한 옵션으로 투자 재원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SK지오센트릭 주요 경영진이 31일 열린 국내외 언론 대상 ‘브랜드 뉴 데이(Brand New Day)’ 행사에서 질의 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K지오센트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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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SK지오센트릭은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재활용 기술 확보 △재활용 클러스터 구축 △친환경 소재 확대와 친환경 원료 도입 등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분리수거 후 재활용까지 플라스틱 순환 경제 체제를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자체 개발, 해외 선도 기업들과의 업무협약(MOU) 등을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강동훈 그린비즈추진그룹장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벌이는 기업 중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3가지 모두 확보한 기업은 국내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SK지오센트릭이 보유한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폐비닐에 열을 가해 납사 등 원료를 얻어내는 ‘열분해유’ △오염된 페트병과 의류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재활용하는 ‘해중합’ △고온에서 높은 압력을 가한 솔벤트를 폐플라스틱 조직 사이로 침투시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솔벤트 추출’ 등을 말한다.
앞으로도 오염되거나 여러 재질이 섞인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해외 파트너를 대상으로 기술 도입, 합작법인(JV) 설립, 지분투자 등의 방식으로 협업해 국내외 공장을 증설한다는 방침이다. 열분해 후처리 기술을 자체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Reduce) △친환경 소재로 대체(Replace) △재활용을 용이하게(Recycle) 하는 ‘3R 솔루션’(3R Solution)을 통해 고객의 친환경 수요에 대응하면서 친환경 소재와 원료를 확대하는 데도 앞장선다. 연간 50만t 규모 수준의 친환경 소재 생산 능력을 2025년까지 190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