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매각·정리해고 속도높인 한진해운..사실상 청산돌입

by최선 기자
2016.10.19 14:28:15

법원 통해 진행하는 기업 실사보고서 결과도 무의미
돈 되는 자산·네트워크 보유 인력도 남지 않을 듯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선 기자] 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50일째를 맞은 한진해운에 대한 자산 매각, 인력 정리해고 진행이 가속도를 붙고 있다. ‘청산으로 가느냐, 회생으로 가느냐’를 가를 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알짜 영업망을 모두 매각 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임직원의 경우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인력 양도가 아닌 직원에 대한 정리해고가 진행되면서 육상직 직원은 단 한 명도 남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법원과 한진해운 경영진이 협의하에 사실상 청산 작업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한진해운의 생사를 결정 지을 실사보고서의 결과가 무의미해졌다는 얘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117930)은 육상직 직원 총 650여명 중 350여명을 정리해고할 방침이다. 아울러 근무평가, 상벌, 근속연수에 따라 우수직원 300명을 선발해 미주, 아시아 노선 등 자산을 인수한 회사에게 고용 승계한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이같은 계획을 토대로 11월초 정리해고를 시작으로 12월초에는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육상직 노조에 통보했다.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 방침은 법원과 한진해운이 협의한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 측이 최대한 많은 인력을 인수 회사에게 고용 승계하고 나머지 인력에 대한 퇴직금을 전액 지급하기 위해 이 같은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진해운은 현재 보유자금을 토대로 전체 직원들에 대한 퇴직금을 80% 수준까지만 지급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하다. 위로금 지급이 동반되는 희망퇴직을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다.

한진해운 노조 관계자는 “고용승계를 통해 직원의 고용안정성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것이 사측 설명이지만 인력 구조가 1000여명 정도로 운영되는 해운업체가 300명을 과연 다 받아들여 줄지도 의문이다. 회사를 옮긴 이들 중 대부분도 버림을 받게 될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번 정리해고 방침은 법원이 첫 매물로 내놓은 한진해운의 미주, 아시아 노선 관련 해외자회사, 선박, 인력 등 자산양수도 이후 남은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이다. 현재 국적 1위 선사로 올라선 현대상선을 비롯해 일부 중견선사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할 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주노선은 한진해운의 핵심 영업망으로 법정관리 개시 전인 올해 상반기만 해도 세계 시장점유율 7%를 기록 세계 6위를 차지했다. 법원이 미주, 아시아 노선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도 무너지는 영업망 속에서도 그나마 돈이 될 만한 자산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 측은 롱비치터미널 지분 매각 등도 검토했으나 담보로 인한 채무가 적지 않아 미주, 아시아 노선을 매물로 내놓기로 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법정관리 직전 97척에 달하던 컨테이너선은 현재 32척(사선 24척, 용선 8척)만 남았다. 그나마 사선으로 분류된 24척도 회사가 선박대금 지급을 완료한 5척 정도를 제외하고는 연불금 지급이 미납된 상태다.

매물로 내놓은 자산과 관련한 네트워크, 영업망, 노하우를 가진 직원들까지 인수 회사에 고용승계하면 한진해운은 사실상 빈껍데기만 남는다는 얘기다. 가진 자산도 직원도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회생을 거론할 수 없기때문에 법원과 한진해운은 이미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관계자는 “미주, 아시아 영업을 양도하면 한진해운은 남는 게 없다. 이번 자산양수도도 네트워크와 영업망이 완전 붕괴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인수인에게 넘기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며 “회생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사는 해봐야 한다. 자산을 양도한 후에도 독자생존이 가능한 지는 따져봐야 하는 절차”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해운 육상직 노조는 오는 20일 오후 사측과 다시 만나 정리해고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두고 협의에 들어간다. 750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해상직 노조도 조만간 사측과 한 테이블에 앉아 고용안정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한진해운이 가진 미주, 아시아 노선에 대한 인수의향서 제출은 오는 28일 마감된다. 본입찰 예정일은 11월 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