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14.01.06 18:07:14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 박 대통령이 이날 국정 구상 발표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국민’과 ‘경제’였다. 국민은 26차례, 경제는 24차례 각각 등장했다. 경제 활성화를 통한 선진국 도약 의지가 단어를 통해서도 드러난 셈이다.
또 ‘투자’와 ‘개혁’도 각각 7회씩 거론해 올해 중점을 둘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변화’와 ‘혁신’이 각 5회, ‘행복’이 4회, ‘일자리’가 3회 등장했다. 국정 구상은 200자 원고지 43장 분량이었고, 박 대통령은 이 내용을 17분에 걸쳐 읽었다.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부 장관이, 오른편에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이 자리를 잡고 연설을 경청했으며, 사회는 이정현 홍보수석이 봤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내외신 기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회견은 국정 구상 발표 시간의 3배가 넘는 1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로부터 총 12개의 질문을 받았다. 질문 가운데 2개는 외신 기자들 몫이었다. 영국 로이터와 중국 CCTV가 질문 기회를 얻었다.
루싱하이 CCTV 기자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전미개오(轉迷開悟·번뇌로 인한 미혹에서 벗어나 열반을 깨닫는 마음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불교용어)’가 선정된 것을 언급하자 박 대통령은 “신년이 오면 사자성어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전망하는 것 자체가 한국과 중국이 얼마나 인문적으로 가까운가 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친근감을 나타냈다.
또 “유창한 한국어로 얘기하시니까 모습도 비슷하고 그래서 배경을 모르고 들으면 한국 분인가 이렇게 생각을 했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여러 면에서 가까운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미개오’는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반부패 정책과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앤드류 챈스 로이터 기자가 엔저 현상에 대한 대응책을 묻자 “엔저가 우리 경제에 부담요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FTA(자유무역협정) 같은 것은 우리가 일본에 앞서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것을 제대로 활용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외신 기자들의 질문은 2개가 전부였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 다수가 참석한 일본 언론의 질문은 없었다. 이에 대해 한 서울 주재 일본 기자는 회견 직후 춘추관에서 기자와 만나 “청와대에서 일본 매체에 질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일본 기자들은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근무 공간인 기자실을 깜짝 방문했다. 박 대통령의 기자실 방문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춘추관 2층에 마련된 사진기자실부터 들른 뒤 1층으로 내려와 중앙기자실, 영상기자실, 지역기자실 등을 차례로 둘러봤다.
박 대통령은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새해 인사와 함께 안부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신을 취재해온 한 여기자를 만나자 반갑게 포옹했다. 춘추관 입구 로비에서 지역기자단과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기자실을 떠나면서 “앞으로 자주 뵙겠다. 지난 한해 고생이 많았는데 앞으로 더 건강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또 자신의 관저에서 키우고 있는 진돗개 ‘희망이’와 ‘새롬이’를 언급하며 “강아지들과도 같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민 중에는 통일 비용이 많이 드는데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대박’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통일 전문가인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가 역대 정부의 통일 정책을 비판하고 그 나름의 통일 방안을 소개한 책으로, 대선 직전인 지난 2012년 10월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