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좌동욱 기자
2010.11.29 18:36:36
외환銀-현대그룹, 현대건설 MOU 우여곡절끝 체결
정책공사 "MOU 유효하나..증빙 못하면 MOU 해지"
현대그룹, 증빙부담 지속..최악 경우 소송전 가능성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29일 현대건설(000720) 매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MOU가 본계약(SPA)으로 이어질 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MOU 체결 과정에서 채권단의 심각한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으며 그동안 물밑에서 여론을 움직이려했던 현대차그룹도 `공세모드`로 전환하면서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변수들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건설 주주협회회 운영위원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29일 채권단과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매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또 "시장의 우려를 감안, 이미 제출한 입찰서류의 허위사항 등이 발견되거나 위법적인 사항이 발견될 경우 MOU와 SPA조항에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해지하는 조항을 추가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환은행이 운영회 소속 다른 2개 기관인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과 대략적인 검토를 마치고 발표문안을 조율중인 가운데 충분한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채권단내 갈등설이 흘러나왔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외환은행의 발표 직후 오후 4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유 사장은 이 자리에서 1조2000억원 규모의 나티시스은행 대출금과 관련, "MOU 규정에 따라 채권단이 영업일 기준 5일 이내(12월6일) 증빙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할 수 있고, 불응하거나 미흡할 경우 한번 더 5일간 시간을 주고 요청할 수 있다"며 "그래도 응하지 않을 경우, MOU 해지 등을 포함, 채권단이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하더라도 그 내용이 미흡할 경우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MOU 해지를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이 요구한 증빙자료는 1조2000억원 예금잔고와 관련한 대출계약서와 부속서류(보증·담보 계약서 등)다.
유 사장은 증빙자료에 대한 적절성 여부나 MOU 해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운영위 3개 기관중 2개 기관의 찬성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그간 정책공사측 입장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지며, 정책공사도 이날 발표 전 우리은행과 입장을 조율했다. 외환은행이 반대하더라도 정책공사측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다는 것.
다만 유 사장은 "외환은행이 충분한 합의없이 MOU를 체결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외적으로 MOU의 효력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또 큰틀에서 정책공사나 우리은행이 현대그룹에 요구해왔던 조건들이 MOU에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언은 MOU 규정에 그간 핵심 의혹으로 제기돼왔던 대출금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한 이상 MOU 체결 권한을 위임받은 외환은행이 단독으로 체결한 MOU 효력은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한편 현대그룹으로서는 1조2000억원의 대출금 실체를 검증받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대출과정에서 현대건설 주식이나 현대상선 등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며, 대출 조건에 옵션이나 스왑 등 중요 사안도 누락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도 대출 계약서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현대그룹이 내년 3월말까지 5조5100억원에 이르는 인수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할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서도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있다.
이와 관련, 채권단 관계자는 "조건부 MOU 체결은 현대그룹측에서 원했던 사안으로, 반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대그룹측도 증빙자료에는 어느정도 자신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을 둘러싼 주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이전투구`식 소송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현대그룹의 명예훼손 소송 제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물밑 여론을 형성하는데 주력했던 현대차그룹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입찰이 정상궤도를 찾지 못할 경우 채권단, 주간사 등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공식 반발하고 나선 점이 주목된다.
채권단도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M&A 후속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현대건설 매각은 현대그룹, 현대차그룹, 채권단 3자간 소송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예상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