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수 끝 인니 대통령 눈앞 프라보워…韓과 KF-21 악연 풀까
by박종화 기자
2024.02.15 14:24:26
인도네시아 대선 표본개표 결과 프라보워 당선 확실시
수하르토 전 대통령 사위…민주화운동 탄압 의혹
조코위 아들 부통령 내세우는 등 현정부와 손잡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이번 승리는 모든 인도네시아인의 승리다” “인도네시아 최고의 남녀로 구성된 정부를 구성하겠다”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72) ‘위대한 인도네시아 운동당’(그린드라당) 후보가 승리를 선언하며 밝힌 일성이다. 그는 표본 개표가 95%가 진행된 현재 59.2%를 얻어 경쟁후보를 멀찍이 앞서고 있다. 공식 개표 결과는 다음 달 발표되지만 결선투표 없이 프라보워의 승리가 확정될 가능성이 확실하다.
| 인도네시아 대선이 치러진 14일(현지시간) 수도 자카르타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왼쪽) ‘위대한 인도네시아 운동당’ 대통령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표본개표 결과를 바탕으로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오른쪽은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부통령 후보.(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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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보워 후보는 3수 끝에 대권을 거머쥐게 됐다. 그는 군인 출신으로 32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해 온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사위다. 군에 있을 때 특수부대를 동원해 민주화 운동가를 납치하고 동티모르 독립운동을 무력을 탄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8년 그린드라당을 창당한 그는 2014·2019년 대선에 출마했으나 조코 위도도(조코위) 현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셨다. 이 과정에서 프라보워 후보 측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9년 조코위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프라보워 후보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프라보워 후보를 이번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며 화답했다. 이를 두고 현직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엎고 싶어하는 프라보워 후보와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조코위 대통령이 야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실상 프라보워-조코위 공동정권이 창출된 만큼 프라보워 후보는 한동안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프라보워 후보도 선거 과정에서 수도 이전과 배터리 등 자원 전방산업 육성 같은 조코위 대통령의 공약을 계승하겠다고 공약했다.
중견국으로서 미·중 사이 조용한 균형을 추구했던 조코위 대통령과 달리 프라보워 후보는 ‘스트롱맨 리더십’을 앞세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컨설팅회사 콘트롤리스크의 아흐마드 수카르소노 수석 애널리스트는 “세계 무대에서 프라보워는 인도네시아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인도네시아는 이제 눈에 띄지 않는 대국 노릇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프라보워 후보는 한국과는 악연이 있다. 그는 국방장관을 지내며 인도네시아가 한국과 공동 개발한 KF-21 전투기의 개발사업 분담금 납부를 중단하고 기술 이전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인도네시아가 연체한 분담금은 9911억원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한국엔 예산 부족을 얘기하면서도 프랑스로부터 라팔 전투기 42대를 구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