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 예쁜게 죄" "도피 돕자"…'계곡 살인범' 팬클럽 등장했다

by이선영 기자
2022.04.11 14:00:03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3년 전 발생한 계곡 익사 사건의 피의자로 4개월째 도주 중인 이은해(31세)와 조현수(30세)의 과거 보험 사기 등 범죄 사실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사망한 故윤상엽(당시 40세) 씨의 아내인 이 씨를 옹호하는 단체 대화방들이 등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11일 카카오톡에서 이 씨를 검색하면 ‘이은해 팬톡방’ ‘은해의 은혜 이은해 팬클럽’ ‘계곡살인 이은해 팬톡방’ 등의 오픈채팅방이 운영 중이다.

이 중 100여명 정도가 참여한 ‘계곡살인 이은해 팬톡방’에는 “범죄는 중요하지 않다. 얼굴이 중요하다.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라는 공지글이 올라와 있다.

‘계곡살인’ 용의자 이은해(31)를 옹호하는 단체 대화방이 등장했다.(사진=카카오톡 캡처)
대화방에서 일부 누리꾼들은 “솔직히 이은해가 잘못한 게 있다면 너무 예쁜 게 죄” “이은해는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을까요” “이은해 씨 힘내시길” “우리가 도피를 돕자” “이은해 인스타 주소 좀 알려주세요” “셀카 공유 좀” “비키니 사진 보고 반했습니다” 라는 등 피의자를 향한 관심을 표하는 글들을 올렸다.

또 이 씨의 남편 故윤상엽 씨를 향해 “왜 가스라이팅을 당했냐” “전부 본인이 자초한 일”이라는 등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내용의 글도 게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제 정신이냐?” “정신 나간 방이 있다고 해서 와 봤습니다” “말이 되는 소리 좀 제발”이라는 등 이들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으나, 대화방 참가자들은 “이은해보다 이쁘지 않으면 욕할 자격도 없다” 는 등 피의자를 옹호하는 주장을 이어갔다.

반면 이 씨와 그의 공범 조 씨의 검거를 돕기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와 오픈채팅방 등도 등장했다. 누리꾼들은 이들의 평소 활동, 거주 지역, 예상 도피 장소 등 정보를 공유하면서 제보를 독려하고 있다.

이날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이들이 익명성에 기대서 이 같은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을 올리는 이들은 가슴속에 품고 있던 가학성을 표출하는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이 씨는 내연남인 조 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 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지만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다가 도주해 4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 씨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이 씨는 또 윤 씨가 숨지기 전 그의 가족 카드로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2천만원 이상을 빼돌린 것으로도 전해졌다. 윤 씨 계좌에서 이 씨나 공범 조 씨 등에게 송금된 돈도 2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씨가 2017∼2019년 해외여행 중 소지품을 도난당했다고 허위 신고해 본인 또는 남편의 여행보험금을 최소 5차례에 걸쳐 800만원 넘게 가로챈 정황도 발견됐다.

한편 이 씨는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밝은 얼굴로 “베풀며 살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긴 과거 방송출연 모습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2002년 3월 당시 13살이던 이은해는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러브하우스’에 장애를 가진 부모님과 함께 출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