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난민 막아라" 유럽 각국 난색…국내서도 우려의 목소리(종합)
by김무연 기자
2021.08.23 15:39:31
터키 “난민 창고 거부”…이란 국경에 64㎞ 장벽 추가
그리스도 터키 국경에 40㎞ 장벽 건설 마쳐
난민 지위 얻으면 사회보장제도·취업 등 혜택
대규모 난민 유입시 재정부담·사회적 갈등 우려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고향을 떠나려는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인이 늘면서 난민 문제가 아프간 사태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은 전세계가 나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앞서 난민으로 몸살을 앓았던 유럽 일부 국가들은 공개적으로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난민 수용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난민 문제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과 대규모 난민을 수용할 경우 사회적 혼란과 재정 부담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시각이 엇갈리면서 난민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 그리스 정부가 아프간 난민을 막기 위해 터키와의 국경에 설치한 장벽(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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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터키, 그리스, 오스트리아 등은 공개적으로 아프간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이들 국가는 과거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이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으로 유입되는 ‘관문’ 역할을 수행했던 곳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이란으로부터 넘어오는 아프간 난민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국경에 64㎞에 달하는 장벽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미 400여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터키는 이란으로부터 넘어오는 난민까지 받을 수 없다고 판단, 2017년부터 560㎞에 달하는 장벽을 설치하고 보안 순찰대를 파견해 난민의 진입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터키는 난민 수용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라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는 유럽의 난민 창고가 될 의무가 없다”라고 단언했다. 이란과의 접경지역인 반 주(州)의 메흐메트 에민 빌메즈 주지사는 “우리는 (난민들이) 국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라면서 “우리의 가장 큰 희망은 아프가니스탄의 이민자들이 들이닥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 또한 지난 21일 터키를 경유해 유입되는 난민을 막기 위해 터키와의 국경 지역에 40㎞에 이르는 장벽 건설을 마쳤다. 미칼리스 크로소코이디스 그리스 시민보호부 장관은 아프간 사태에 따른 난민 유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난민 유입을)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 없다. 우리 국경은 안전하고 불가침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또한 자국 방송 채널인 플러스24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오스트리아가 자발적으로 더 많은 난민을 수용하는 것을 분명히 반대한다”라면서 난민 수용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아프간 난민이 러시아와 인접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수용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 이란-아프가니스탄 국경에 모인 아프간 난민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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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아프간 난민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 평택기지를 비롯해 해외 주둔 미군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임시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부에서는 임시 수용된 아프간인들이 우리나라 정부에 난민 지위를 신청하고 한국에 머물 경우 사회적 갈등을 촉발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편의상 ‘난민’으로 통칭하지만 국제법상 피난민과 난민은 엄연히 구분된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면 취업 및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을 뿐 아니라 수용한 국가에서 자국민 수준의 사회보장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비교적 쉽게 난민 지위를 인정해 과거 시리아 내전 당시 대규모 난민이 이들 국가로 들어가 정착한 선례가 있다.
각국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난민을 수용하고 있지만, 경제적·사회적으로 적잖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자국민이 아닌 제3국민에게 지속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 재정엔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스웨덴은 난민 유입에 따른 재정 부담 증가로 2015년 말부터 난민 통제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또 난민이 거주지를 벗어나 수용국 국민과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으면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독일이나 프랑스조차 아프간 난민 문제에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블룸버그는 앙겔라 마르켈 총리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CDU) 당대표가 “2015년 이민 위기가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유럽만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상황의 결과를 감당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