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 노동자 암발병 위험 높아…"작업환경, 암 발병에 영향"

by김소연 기자
2019.05.22 14:01:47

반도체 제조공장 전현직 노동자 20만명 추적 역학조사
반도체 공장서 일한 노동자 혈액암 발병·사망위험 높아
클린룸 오퍼레이터·장비엔지니어 암발병·사망위험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 중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 씨의 11주기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가 서울고등법원 앞에 게시한 반도체 공장 사망 근로자가 담긴 현수막 모습.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지난 10년간 반도체 제조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의 암 발생과 사망 위험비를 추적 조사한 결과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혈액암(백혈병·비호지킨림프종) 발생과 사망 위험이 일반 국민, 전체노동자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작업 환경이 혈액암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22일 안전보건공단은 2007년 반도체 제조업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생에 따라 2009~2019년 10년간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역학 조사는 지난 10년간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6개사 전·현직 노동자 약 20만명을 대상으로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비교했다. 특히 일반 국민 뿐 아니라 전체노동자와의 비교도 진행했다. 노동자 집단은 일반 국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강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제조업 노동자와의 암 발생·사망 위험을 비교하는 것이 정확한 평가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백혈병과 비호지킨림프종은 대부분 2010년까지 입사자에서 발생했다. 또 여성 오퍼레이터와 남성 장비 엔지니어에서 암 발병이 높고, 사망 위험비도 높았다.

오퍼레이터는 클린룸에서 생산공정, 자동화 기계들의 운영을 담당하고 생산품의 검사업무까지 수행한다. 이때 유해한 화학물질에 노출되게 된다.

반도체 제조를 담당한 여성 노동자는 일반 국민, 전체 노동자에 비해 혈액암의 발생과 사망 위험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제조 공장에서 일한 여성 노동자가 백혈병이 발생할 위험이 일반 국민에 비해 1.19배, 전체노동자 대비 1.5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할 위험은 일반 국민보다 1.71배, 전체노동자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호지킨림프종 발생 위험은 일반 국민 대비 1.71배, 전체노동자 대비 1.92배 높았다. 사망 위험은 일반 국민대비 2.52배, 전체노동자 대비 3.68배로 높게 나타났다.



혈액암 발생의 원인을 특정하게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작업 환경’이 혈액암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결론을 냈다.

조사 결과 △클린룸 작업자인 여성 오퍼레이터, 남성 엔지니어 등에서 혈액암 발생과 사망 위험이 높은 경향을 보였던 점 △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 등 젊은 연령에서 주로 혈액암 발생 위험이 높았던 점 △현재보다 유해물질 노출 수준이 높았던 2010년 전 여성 입사자, 설립연도가 오래된 사업장에서 일한 노동자에서 혈액암 발생 위험이 높았던 점 △국내 반도체 제조 공장에 대한 다른 연구에서도 유사한 암의 증가, 여성의 생식기계 건강 이상이 보고된 점 등을 종합한 결과다.

혈액암 외에 위암·유방암·신장암·일부 희귀암도 발생 위험 비율이 높았다. 여성 오퍼레이터와 남성 장비엔지니어 등의 직무에서 상대적으로 암발병, 사망 위험이 높았고 비교적 젋은 연령에서 발생 위험이 높아 추적 관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반도체 노동자들이 일반 국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암 검진을 받을 기회가 많아 위암 등이 많이 발견된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하고, 희귀암은 사례가 부족해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다. 희귀암에서도 남성 장비엔지니어와 여성 오퍼레이터 등에서 발생 위험이 높게 나타나 추적 관찰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역학조사 보고서에는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건강과 작업환경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반도체 제조업의 건강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를 실시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안전보건공단은 반도체 제조 사업장에서 자율적인 안전·보건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 하고 전자산업 안전·보건센터를 설립해 협력업체·중소업체를 포함해 전자산업에 대해 직무별 화악 물질 노출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해 위험을 관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