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유가반등에 수주 기대감 솔솔.. 노조 갈등에 '안절부절'

by성문재 기자
2016.07.18 15:16:13

대우조선, 창사 이래 최대 플랜트 건조 착수
현대重, 시추선 인도..삼성重, 대규모 수주 임박
조선노조연대, 20일 총파업 예고..노사관계 불안

카스피해 동쪽 10km 부근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텡기즈 유전의 현재 모습. 셰브론 제공.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최악의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조선 경기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주요 발주처와 잇따라 원유생산 관련 프로젝트의 협상에 나서며 가시적인 성과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 노동조합들은 기업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대규모 파업투쟁을 준비하고 있어 모처럼 맞은 반전의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이날 카자흐스탄 텡기즈 유전(Tengiz Field)의 원유생산 플랜트 건조에 착수했다. 유정제어, 원유처리시설 등 생산설비 모듈을 약 24만t 제작하는 대공사다. 대우조선과 협력업체의 해양플랜트 생산인력이 약 3년 정도 일할 수 있는 물량이다.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약 27억달러로 3조원을 조금 웃돈다. 대우조선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플랜트 공사다. 대우조선은 1차 선수금으로만 약 1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셰브론과 엑슨모빌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텡기즈셰브로일(Tengizchevroil)은 지난 2014년 11월 대우조선에 이 공사를 발주했지만 이후 국제유가 급락으로 최종 투자 승인을 미뤄오다 최근 결단을 내렸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텡기즈셰브로일의 투자 결정은 최근 유가 반등에 힘입어 석유회사들이 투자를 재개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해양 공사 물량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자재 업체와 협력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6개월간 국제유가 추이(단위: 배럴당 달러, 자료: 한국석유공사)
이같은 움직임은 현대중공업(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반잠수식 시추선 ‘오션 그레이트화이트(Ocean Greatwhite)’호를 발주처에 인도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부터 3조원 규모 해양플랜트 사업 수주를 놓고 이탈리아 ENI와 단독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오는 10월쯤 본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초 배럴당 30달러 밑으로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50달러선을 오르내리는 수준까지 상승한데 따른 변화다. 최근 1년새 다수의 해양 프로젝트 인도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면서 조선업체에 큰 부담을 안겼지만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들의 건조와 인도는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조선업계의 하투(夏鬪)가 본격화되고 있어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빅3 포함 8개 조선사로 구성된 조선노동조합연대는 오는 20일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하루 먼저인 19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파업에 돌입한다. 20일 총파업에 이어 22일은 오전 9시부터 7시간 파업을 준비중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이미 지난 7일 4시간 파업을 실시한 바 있다.

경영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산업 전반에 걸쳐 노사관계 불안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총체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지금 경제회복을 위해선 산업현장의 노사관계 안정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는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 숫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조업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노사가 서로 합심해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