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범죄, 전문법원 설치하고 수사매뉴얼 갖춰야"
by성주원 기자
2024.12.19 11:41:08
사법정책硏-국가지식재산위 공동콘퍼런스
재판 장기화·수사 전문성 부족 등 문제 지적
피해자 보호·법제 통합 등 개선방안 제시
"2차피해 방지 위한 비공개 심리 도입 필요"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기술유출 수법은 고도화·지능화하는데 방지 인프라는 부족하고, 수사와 재판의 전문성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 법원 설치와 기술조사관 활용, 수사매뉴얼 구축, 피해자 보호 강화 등 다각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국가지식재산위원회와 공동으로 ‘기술유출범죄 재판절차 및 법제 개선방안’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기술유출범죄의 심리절차 개선방안과 방지정책 현황 및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최근 기술유출범죄 재판절차와 관련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를 점검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나종갑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제1주제에서 김종근 사법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정경쟁방지법과 산업기술보호법 위주로 기술유출범죄의 개념을 정리하고, 높은 난이도와 공판절차 장기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실무적 개선방안으로 전담 재판부 설치와 기술조사관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기술유출범죄 사건의 관할집중, 피해자 절차참여권 보장, 구속기간 제한 완화 등을 제도적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윤희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극심하므로, 재판을 신속히 처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피해자의 소송기록열람등사가 불허되는 사례가 많으므로 통일된 열람등사의 허용기준이 필요하다”며 “심리과정에서 영업비밀이 누설되는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비공개 심리절차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창원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수사단계에서 영업비밀성, 공지성과 같은 요건에 대한 조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고, 공판절차에서도 공판검사의 전문성과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그 결과 재판부의 실체적 진실발견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문 법원 설치, 관할 집중과 전문가 배치, 피해자 변호사 참가제도를 통한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규홍 사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은 제2주제에서 양재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정책과장은 “기술유출 수법은 고도화·지능화되는 반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인프라는 부족하다”고 짚으면서 범정부 기술유출 합동대응단, 특허청의 기술경찰, 처벌강화를 위한 법규개정 등 행정부의 기술유출방지 정책을 소개했다. 양 과장은 또 형사재판에서 영업비밀 피해액이 기재된 판결이 적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선고 전 조사제도, 영업비밀 사용추정규정, 증거수집제도 등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병국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장은 “수사기관이 관련 판결을 분석해 수집할 증거와 수사기법에 대한 수사매뉴얼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기술유출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이 과도하게 많고 구성요건도 비슷해 오히려 실무상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명확성의 원칙과 같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될 소지도 적지 않으므로, 구체적인 범위에서 실효성 있는 법규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기술유출범죄를 중형으로 처벌하려 할수록, 유무죄에 대한 다툼이 치열해지고 엄격한 판단이 이뤄져 오히려 무죄율이 높아질 수 있다”며 “산재돼 있는 관련 법제를 통합하고 관련 인력의 충원과 수사기관의 수사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개선안으로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규홍 수석연구위원은 “원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산업기술의 범위 및 판단기준’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이에 대한 대법원 특별소송실무연구회가 지난 10월 14일 개최된 바 있다”며 법제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정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은 “기술유출범죄의 수사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추후 기술유출범죄의 수사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개선해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청취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사법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법원, 검찰, 경찰, 변호사, 국가지식재산위원회와 특허청 담당자 등 기술유출범죄 관련 실무자들과 학자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향후 기술유출범죄와 관련된 제도 개선 논의의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사법정책연구원은 바람직한 사법제도 개선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에 관하여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연구와 토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