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라더니…제주 강도 살인범, 女 BJ 선물에 돈 탕진

by장구슬 기자
2020.09.10 14:07:25

강도 살인 피의자 20대 남성, 10일 檢 송치
경찰 “생계형 범죄로 보기 어려워”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제주국제공항 인근 밭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남성이 범행 사흘 전부터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인터넷방송 BJ의 환심을 사려 선물을 주는 등 재산을 탕진한 후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강 모씨가 10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서부경찰서는 10일 오후 1시 강도 살인, 시신 은닉 미수, 절도, 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강 모(29) 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50분께 제주시 도두1동 제주민속오일장 후문과 제주국제공항 사이 이면도로 옆 호박밭에서 A씨(39·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강도질을 하려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강씨의 주장을 뒤집는 정황들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여러 여성 인터넷방송 BJ에 선물을 주고 고액 후원금을 보내며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여성 BJ들에게 최소 10만 원부터 최고 200만 원 상당의 유료 아이템을 쐈다.



강씨는 모아둔 재산을 전부 탕진하고 신용카드마저 정지되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몇 달간 밀린 월세를 내지 못한 강씨는 지난달 28일 주거지에서 나왔다. 이후 자신 소유의 탑차에서 생활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그러다 이틀 뒤 A씨를 발견해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A씨는 인근 한 편의점에서 일을 마친 뒤 귀가하던 길이었다. 강씨는 A씨를 살해한 뒤 A씨에게서 빼앗은 신용카드로 편의점에서 10만 원어치의 음식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5시간 뒤 다시 범행 장소로 돌아온 강씨는 시신을 숨기기 위해 옮기려다 포기하고 현장을 떠났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 탑차를 청산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생계형 범죄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당장 돈이 필요해 범행을 계획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