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를 들러리로"…檢, `순위 조작` 프듀 제작진에 실형 구형

by이성기 기자
2020.05.12 13:55:59

안준영PD·김용범CP에 각 징역3년 구형
"시청자들, 공정에 대한 허탈감과 배신감 컸을 것"
오는 29일 오후 선고공판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투표 조작 혐의로 기소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프듀) 101` 시리즈 제작진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총괄 프로듀서)에게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하고 안 PD에게는 3600여만원을 추징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조PD 이모씨에게는 징역 2년, 기획사 임직원 5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허민회 CJ ENM 대표가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 ENM센터에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한 후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개인 이익을 추구한 게 아니라지만 기본적으로 방송을 사유물로, 시청자들을 들러리로 생각했다”며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이 조작으로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이)공정의 이념에 대한 허탈감과 배신감이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이 여론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론을 조성하고 대중을 이끄는 시대이므로, 이 사건을 계기로 방송·언론 관계자가 책임을 잊지 않고 사회에 선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안 PD 등은 프듀 101 시즌 1~4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연습생들의 순위를 임의로 바꾼 혐의를 받는다. 안 PD는 일부 소속사 관계자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수천만원 상당의 향응과 접대를 받은 혐의도 있다.

안 PD는 최후진술에서 “다 좋은 결과를 위한 일이라 스스로를 위안하며 저 자신을 속였다”며 “정의롭지 못한 과정으로 얻은 결과는 그 결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결국 무너진다는 진리를 가슴에 새기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이 제 삶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흉터로 남아 이 흉터를 보며 다시는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 CP도 “회사에서 많은 프로그램을 관리한 위치였으나 후배들을 제대로 이끌기는커녕 지탄받는 피고인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 사회와 이웃에 갚으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선고 공판은 오는 29일 오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