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에 찌든 의대…"절반이 언어폭력, 여학생 70% 성차별 당해"
by신중섭 기자
2019.01.23 12:36:42
여학생 10명 중 2명은 신체적 성희롱 겪어
폭력·성희롱 겪고도 신고학생은 3.7% 불과
인권의학연구소 "정기 실태조사 및 예방책 필요"
|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경.(사진=인권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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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의과대학 학생들의 절반이 언어폭력을 겪고 여학생 10명 중 무려 7명 이상이 성차별 발언을 경험하는 등 의대 내 인권침해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3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인권의학연구소와 함께 개최할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인권의학연구소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 1763명(여학생 743명·남학생 10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했다.
실태조사 결과 의과대학 학생들은 언어폭력부터 신체적 폭력, 음주 강요까지 다양한 폭력과 강요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과대학 학생 절반(49.5%)이 ‘언어폭력’을 겪었으며 16%는 단체기합을, 6.8%는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6명은 회식 참석을 강요받았고 음주 강요를 경험한 학생도 전체 학생의 절반에 가까웠다.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성희롱과 성차별을 당한 경험이 많다고 응답했다.
여학생의 37.4%는 ‘언어적 성희롱’을, 18.3%는 ‘신체적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 10명 중 7명(72.8%) 이상은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전공과 선택에서 제한과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학생(58.7%)도 남학생보다 3.3배 높았다. 특정 과에서는 여성을 선발하지 않는 전통을 학생들에게 공언해 여학생들이 박탈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폭력 및 성희롱·부당 대우 등의 가해자는 주로 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실습을 하는 고학년에서 주 가해자는 교수와 인턴이었지만 저학년에서는 교수와 학생이었다.
이처럼 인권 침해가 만연하지만 대학 및 병원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학생은 단지 3.7%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신고 학생들조차 학교 차원에서 가해자 처벌 등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 2차 피해를 경험하면서 신고 결과에 대부분 만족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학생들은 △신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42.6%) △부정적 이미지나 진로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25%) 등의 이유로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번 실태조사를 실시한 인권의학연구소는 “2017년 부산대 병원 전공의 폭행 사건 등 의료계의 권위주의 조직문화와 전공의 폭력 등 인권 침해는 전공의 단계에서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수와 학생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동아리·동문회·향우회에서의 선후배 관계로까지 널리 만연해 있어 각종 강요·폭력·성추행 등이 발생할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권의학연구소는 △인권교육과 정기적 실태조사 △교내 권위주의 문화 철폐 △강력한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 △성폭력·성차별 예방 등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2016년 ‘보건의료분야 여성종사자 인권 개선방안’ 권고와 2017년 부산대병원 전공의 폭행사건 직권조사를 실시했지만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며 “인권과학연구소의 협력사업으로 실시한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