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사업 4년 연속 적자..시장원리와 조화 필요”

by김현아 기자
2015.09.24 15:10:49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 오찬간담회
우편사업은 공공성 강화..택배와 금융은 시장과 조화
"일본 우정사업본부 민영화는 성공적"..우리는 조심스런 반응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우편사업이 4년 연속 적자입니다. 매년 500~600억 원씩 매출이 줄지만 인건비는 매년 1000억 원씩 더 들어요. 우편 같은 서비스는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택배나 EMS(국제특급우편)쪽은 품질을 높이는 시장원리를 도입해야 합니다.”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
김기덕(57) 우정사업본부장이 지난달 취임이후 24일 처음으로 공식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김 본부장은 이메일 확산으로 편지가 줄고있다면서, 우편의 대부분은 고지서나 기업 홍보물이라고 했다.

추석 대목을 노릴만 한데, 이번 추석의 물동량도 기대의 절반 수준인 지난해보다 5% 정도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편요금을 확 올릴 수는 없는 일. 택배나 EMS 같은 곳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본부장은 우정사업본부의 1년 예산은 6조, 이중 2.7조가 우편사업 매출인데 이중 1조7000억 원 상당이 순수 우편 물량이고, 나머지 1조 정도가 택배와 EMS라고 했다.

우본은 우체국 예금과 보험 같은 금융사업도 하지만 저금리 기조로 역시 만만찮은 상황이다.

김 본부장은 “전체적으로는 신규사업을 많이 벌이기 보다는 기존 사업의 내실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고, 우체국 알뜰폰 판매처럼 정부 시책에도 도움이 되고 우본 재정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들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섬마을 등 전국 방방곡곡 면 단위에 있는 우편사업은 공공성을 보다 강화하고, 민간과 경쟁하는 택배나 금융 등의 분야는 시장과의 조화를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택배나 금융 등의 분야에서 품질이 민간기업들보다 떨어지면 국민이 실망하고, 이는 곧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의 대규모 구조조정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방향에서 노조와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에는 정직원만 3만2000명, 비정규직을 포함하면 4만3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또한 우본은 100조 원을 운용해 금융투자 업계의 큰손으로 불리지만 “안정적인 채권 위주로 한다”며, 보수적인 운영 방침을 밝혔다.

그에게 우정청 독립이나 공사화, 민영화에 대한 생각을 물었지만, “너무 센서티브하다”며 조심스러웠다.

다만, 일본의 우정 민영화는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추진했던 일본 우정사업본부 3개사(일본우정·우편저금은행·간보생명)가 11월 4일 일본 증시에 상장한다”며 “80%는 일본내, 20%는 해외에 상장한다는데 워낙 규모가 커서 3사 합치면 13조 엔(한화 127조원)정도 시가총액이 된다더라. 하지만 일본 정부는 우정회사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일본우정의 경우)주식 3분의 1을 소유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은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하고 행시 29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삼천포우체국장, 88올림픽조직위원회, 감사원 등을 거쳐 울산우체국장, 우편사업단장, 경영기획실장, 경인·서울·부산 지방우정청장을 지내다 지난달 우정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