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수장 첫 '맞짱'…노동 입법 입장차만(종합)

by김정남 기자
2015.09.23 14:57:01

여야, 일반해고·비정규직 문제·임금피크제 등 날선 이견
노동개혁은 내년 총선 표심과 직결…여야 빅딜론 관측도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선진화특별위원장(왼쪽)과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경제정의·노동민주화특별위원장.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정남 강신우 기자] ‘쉬운 해고’라는 건 없습니다. 신중한 계약해지입니다.

윗사람 비위를 못 맞추는 사람, 아기 낳고 업무에 복귀했는데 능숙하지 못한 사람은 느닷없이 해고될 수도 있습니다.

기간제·파견제를 확대하는 것은 근로자에 더 기회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이 600만명에서 1200만명으로 늘어나 ‘비정규직 공화국’이 될 겁니다.

여야의 노동개혁 수장들이 23일 첫 ‘맞짱’에서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TV 토론회에서다. 여권 주도의 노동개혁 입법은 야권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있을 ‘노동개혁 정국’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추 위원장은 토론 초반 핵심쟁점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을 두고 격돌했다. 일반해고는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 등을 해고하는 것을 말한다.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에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동의를 받도록 한 법을 완화해 임금체계 개편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여권은 이를 근로기준법 개정에 앞서 이번에는 행정지침으로 고치려 하고 있는데, 야권은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를 두고 “아주 신중하고 엄격하게 해고의 절차와 기준 마련해 사용자가 임의로 부당하게 해고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추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노동자의 생산성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가 없다”면서 “결국 마음대로 해고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두 위원장은 기간제·파견제 등 비정규직 정책에 대해서도 입장을 달리했다.



여권의 의지는 이미 법안으로 제출된 상태다. 이 위원장이 직접 대표 발의한 기간제법 개정안과 파견법 개정안이다. 현행 기간제근로자 2년 사용제한 원칙을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35세 이상인 근로자 본인이 신청하면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한 내용과 현행 32개 파견허용 업무는 유지하되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그 업무를 확대하는 내용이 각각 골자다.

다만 이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따로 합의되지 않아 여권의 ‘밀어붙이기’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 위원장은 “35세 이상 근로자가 2년 후 나오면 다른 정규직을 찾기 어려우니 그 직장에서 숙달되면 정규직으로 올라갈 기회가 된다”고 했다. 그는 파견법에 대해서도 “55세 이상 노동력을 많이 활용하면 근로자도 좋고 기업도 활력이 생긴다”고 했다.

하지만 추 위원장은 “비정규직을 2년 더 늘리면 정규직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막연히 기대하는데, 노사정위원회 문구 중 그런 게 있느냐”면서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노동개혁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임금피크제도 도마에 올랐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깎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다.

이 위원장은 그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그는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난다. 이대로 가면 청년 채용과 임금을 줄 자금이 고갈한다”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반면 추 위원장은 “박근혜정부 전직 노동부 장관도 ‘(임금피크제의)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가 별로 없다’고 했다”면서 “청년의무고용 할당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하고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첫 대면부터 입장차만 확인한 만큼 합의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노동개혁은 월급쟁이 근로자들의 문제인 만큼 내년 총선의 표심(票心)과도 직결된다. 이에 따른 여야간 정치적 득실 경쟁도 물밑에서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정가 일가에서는 노동개혁 입법 역시 여야 지도부 차원의 빅딜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