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독일도 분열…멀어지는 구제금융, 다가온 그렉시트

by최정희 기자
2015.06.18 15:36:53

그리스 중앙은행·지방정부 `시리자 정권`에 반발
獨 총리vs장관 의견 대립..긴축 옹호하는 핀란드도 복병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그리스와 유럽연합(EU) 등 국제 채권단이 18일(현지시간)부터 19일까지 이틀간 룩셈부르크에서 유로그룹 회의를 개최한다. 사실상 마지막 구제금융 협상이다.

그러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갯속이다. 그리스는 물론 채권단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는 그렉시트(Grexit)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다음달 중순경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리스 중앙은행은 마지막 협상을 하루 앞둔 17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시리자 정권을 향해 그렉시트는 통제할 수 없는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권단과의 협의가 그 만큼 시급하단 주장이다. 중앙은행이 정부에 공식적으로 그렉시트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월 구제금융을 넉 달간 연장키로 한 후 그리스와 채권단은 장장 5개월여를 협상에 매달렸지만 여전히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1월 정권을 잡은 급진좌파성향의 시리자 정부는 채권단이 요구한 예산 감축, 일자리 삭감 등의 긴축 정책을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다.

구제금융을 받지 못한 그리스는 공무원 급여나 연금 등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채무 상환시기를 연기해줘야 할 정도로 현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스 은행의 자금 이탈도 가팔라지고 있다. 불안감은 시리자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정부도 참다 못해 일어났다. 400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지자체 협의체인 KEDE 조지 파투울리스 회장은 16일 “만약 중앙정부가 우리의 돈을 원한다면 이것을 얻기 위한 입법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률안이 통과되더라도 나라의 파산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최후수단일 경우에만 돈을 넘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중앙정부에 현금이 부족해지자 지방정부의 자금을 중앙은행에 이전하라고 압박해왔었다.



그리스에서만 내부 분열이 생긴 것은 아니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도 흔들리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오히려 질서있는 그렉시트를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스가 채권단과 구제금융 협상에 타결하더라도 EU 각국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갈등은 독일 의회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특히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기독교사회당(CSU) 내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경제난을 겪고 있는 핀란드도 그리스와 채권단 협상에 또 다른 복병으로 등장했다. 핀란드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0.3%로 예상될 만큼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키프로스, 그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유로존 국가보다 낮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핀란드도 조만간 유로존 내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알렉산더 스툽 핀란드 총리는 그리스와 달리 긴축정책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그리스에 촉구한대로 동일한 방식의 재정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며 “긴축정책이 치료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리스가 디폴트되면 그렉시트를 촉발할 것”이라며 “유로존이 종전보다 더 쉽게 살아가게 될 것이고 도미노 효과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스와 채권단 간 협상 타결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도 등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그룹 회의와 비상시 개최될 21일 유로존 긴급 정상회담이 모두 실패로 돌아갈 경우 22일부터 그리스 은행에 대한 자본통제가 실시될 것으로 예측했다.

FT는 구제금융이 종료되는 이달말까지도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달 20일 그렉시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은 그리스가 유럽중앙은행(ECB)에 35억유로의 채무를 상환하는 만기일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ECB의 채무를 갚지 않을 경우 그리스는 사실상 유로존 내부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