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행사칭 불법스팸’ 강력 제재…풍선효과 해소 관건

by이대호 기자
2021.10.28 14:18:28

유선·인터넷 전화 회선 가입도 제한
불법 확인하면 전송자의 모든 전화번호 정지
아이폰서도 신고 가능하도록 내년께 앱 출시
해외 우회 시 막기 어려워…기술적 조치 발표는 빠져

김재철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처 합동으로 ‘은행사칭 불법스팸 유통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정부가 은행 등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불법스팸(사기성 메시지)을 막기 위한 강력한 제재안을 꺼내 들었다. 회선 가입부터 꼼꼼하게 들여본다. 전화번호 이용정지, 종사자 수에 따른 가입 제한도 시행한다. 법적 처벌도 강화한다. 내년 1분기부터 순차 적용한다.

그러나 강력한 제재인 만큼, 해외로 우회해서 들어오는 불법스팸 풍선효과도 예상된다. 기술적 조치 강화 필요성도 제기되나, 이번 발표에선 언급되지 않았다.

28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혜숙), 금융위원회(위원장 고승범), 경찰청(청장 김창룡), 한국인터넷진흥원(원장 이원태), 금융감독원(원장 정은보)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은행사칭 불법스팸 유통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은행사칭 불법스팸은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대출상품을 가장해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 고령층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상담을 유도하여 전화금융사기, 문자사기 등 금융 범죄로 악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정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불법스팸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휴대전화 불법스팸 신고탐지량은 2020년 하반기 1717만건에서 2021년 상반기 1966만건으로 15% 증가했으며 은행사칭 불법스팸은 2021년 1분기 16만건에서 2021년 2분기 29만건으로 81% 급증하고 있다.

김재철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은행사칭 불법스팸을 근절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부는 그간 불법스팸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이동전화 개통회선수를 3회선으로, 전화회선 당 1일 문자 500건, 음성 1000건으로 발송량도 제한해왔다.

이날 관계기관이 밝힌 대책은 ‘가상번호를 포함한 유선·인터넷 전화’까지 추가 제한한다는 게 골자다. 개인은 5개, 법인은 종사자 수로 제한한다. 추가 회선 개통이 필요한 경우엔 종사자 수, 신용도, 번호사용계획서 확인 등을 검증하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개통한다는 방침이다.

불법스팸전송자로 확인이 되면 스팸에 이용한 전화번호를 포함해 전송자가 확보한 모든 전화번호 이용을 정지한다. 통신사 간 공조를 강화해 수발신을 모두 차단한다.



불법스팸 추적은 기존 7일에서 ‘2일 이내’로 단축한다. 최초 발신 문자사업자의 ‘식별코드’를 삽입해 신속하게 추적이 가능하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스팸번호와 내용 필터링에 더해 제2금융권 은행 전화번호 기반 필터링도 적용한다.

정부는 아이폰 등 외산 스마트폰에서도 이용자가 불법스팸을 신고할수 있도록 앱을 개발해 배포한다. 다만 출시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낙준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 인터넷이용자정책과장은 “내년도쯤이면 앱이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대출, 도박 등 불법스팸전송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현행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과태료를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과태료로 늘린다.

정부는 불법스팸전송자에 대한 처벌수위가 영업수익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고보 △동일사업자가 법 위반 행위를 지속 발생하거나 △통신사, 문자중계사업자 등이 불법스팸 전송을 방조하는 사례가 없도록 처벌을 강화한다.

정부는 국내 제재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도 내다봤다. 해외를 우회하여 국내로 유입되는 국제불법스팸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국제문자발송사이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공조를 강화한다고 대책을 내놨다.

다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대출’이란 단어가 내용이 들어가면 스팸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대.출’로 약간만 변형해도 거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필터링 조치를 강화하면 정상 메시지까지 스팸으로 오인할 가능성도 있다. 말 그대로 지능형 스팸차단 기술 고도화가 필요한 이유이나, 이번 대책에선 빠졌다.

고 과장은 “해외에 들어오는 스팸은 모니터링이 안 된다”고 인정하면서도 “여러 가지 키워드를 업그레이드 하는 등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