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민정 기자
2015.08.26 17:12:02
[이데일리 이민정 하지나 기자]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25일 밤 기습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와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중국 정책 당국의 위기감이 어느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기 부진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의도대로 경기가 개선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어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기업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최근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제조업지수가 6년만에 최저치로 내려앉는 등 실물경제 부진이 심각하다. 수출 부양을 위해 앞서 수차례 단행했던 위안화 절하 효과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여기에 증시가 최근 나흘간 20% 이상 폭락하며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된 점이 전격적인 기준금리·지준율 인하를 단행한 배경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0.5%포인트 지준률 인하는 약 6760억위안의 유동성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경제 활성화에 성공하고 이로 인해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이끌어낸다면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문남중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적인 정책들이 계속 나오고 경제가 개선되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중국 수출 수요가 늘면서 국내 경기둔화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은 수출 경합 상품이 많고 양국 상품의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은 한국의 수출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대규모 돈풀기는 중국 실물경제, 증시 부양 효과와 더불어 금융시장 안정 효과를 도모할 수 있어도 결국 위안화 절하는 한국 수출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 예고와 중국경제 불안으로 인해 하반기 한국 수출은 부진 추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통관일수가 축소된 데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출단가 하락 폭이 확대되고 중국 경제부진까지 겹치면서 8월 수출은 전년 대비 10.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발 쇼크는 수출 등 실물 경제 뿐 아니라 증시와 환율 등 한국의 금융·외환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더해 중국 위안화 절하 여파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일으키며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에서도 26일까지 15일째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졌다.
환율도 급변하고 있다. 지난 24일 원·달러 환율은 2011년 10월 유럽 재정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중 1200원을 찍었지만 중국이 증시부양책을 내놓자 26일에는 10원 가까이 급락하면서 4거래일 만에 1180원대로 내려앉는 등 크게 출렁이고 있다.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을 경계하고 나섰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중국 주가가 작년 말 이후 단기간에 큰 폭 상승 후 조정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그 동안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던 우리 증시의 동조화가 다소 과도하다는 전문가 평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시장흐름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긴 안목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다른 신흥국들과 달리 건실해 미·중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금융시장과 환율의 불안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위안화가 추가 절하돼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하락하더라도 경상흑자 및 거시건전성 조치 등에 따라 한국의 대외건전성은 양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려되는 것은 각종 부양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실물경제 회복 효과가 제한되고 금융시장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하고 금융시장 불안 역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정숙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번 중국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시장의 추가급락은 방어할 수 있을지 몰라도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경기둔화, 최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의 자금유출과 환율 약세, 6월 이후 시장 급락에 따른 투자심리 회복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다음달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까지는 단기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면서 증시 변동과 자금흐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