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노딜'이 항공빅딜 발목?…"공정위 심사서 쟁점"
by이승현 기자
2021.01.05 12:00:04
국회 입법조사처, "독과점 판단, 개별노선 점유율이 기준"
HDC현산 협상이 대안 인정시 승인 예외사유 어려워져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이른바 ‘항공 빅딜’이 3자 연합과의 법적분쟁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관문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공정거래당국이 두 항공사 통합에 따른 독과점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고 과거 HDC현대산업개발과의 매각무산 사유도 살펴보는 등 심사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5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대형항공사(FSC) M&A 관련 이슈와 쟁점’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에 대한 공정위 심사의 주요 쟁점을 정리했다.
입법조사처는 두 항공사의 인천공항 여객 슬롯(slot·항공기 이착륙 허용능력) 점유율은 38.5%로 독과점 문제가 크지 않을 거란 대한항공 입장을 사실상 반박했다. 보고서는 이 수치는 인천발 국제선 여객노선 전체를 대상으로 한 통합 항공사의 슬롯 점유율일 뿐 개별 노선의 점유율을 나타내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목적지가 다른 노선 간에는 수요(여행객) 대체 가능성이 없다”며 “각 도시를 연결하는 개별 노선에서의 슬롯 점유율이 실질적인 독과점 여부 판단에 유의미한 자료”라고 했다. 향후 공정위 심사에서 이 부분을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제한의 우려가 커도 아시아나가 이른바 ‘회생불가회사’라는 예외를 인정받으면 결합승인을 받을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에 대해 몇가지 변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가 회생불가회사로 인정받으려면 현재 지급불능이거나 조만간 그러한 상태가 예상되어야 한다. 또 △대한항공 인수가 아니면 아시아나의 생산설비 등이 항공운송시장에서 계속 활용되기 어렵고 △대한항공 인수보다 경쟁제한성이 적은 대안이 없어야 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이러한 원칙을 적용, 일부 노선의 경쟁제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기업결함을 승인했다. 이스타항공이 상당기간 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코로나19 등 여파로 단기간에 변제능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제주항공 외에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다른 사업자 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당국의 승인 사유가 됐다. 다만 제주항공은 기업결합 승인에도 지난해 7월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 ‘노딜’로 귀결된 아시아나와 HDC현산과의 협상을 ‘경쟁제한성이 적은 대안’으로 볼 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계약 당사자였던 HDC현산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 인수계약 무산의 책임이 서로 상대방에게 있다며 보증금반환소송을 벌이고 있다. HDC현산 측은 코로나19 이후 경영상황 등 파악을 위한 추가실사 요청을 금호산업이 거부해 무산됐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 측은 매각대금 인하 의사까지 밝혔는데도 HDC현산 측이 12주간 실사를 고수한 건 거래지연을 위한 목적이라고 반박한다.
추가실사 요구에 대한 거부 등을 이유로 한 협상 결렬이 대체매수자가 존재했던 것으로 인정할 지에 대한 공정위의 기존 심결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과정에서 검토될 수 있는 쟁점”이라고 분석했다.
입법조사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의 급감과 단시일 반등 불확실성은 고려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지만 공정위가 예외인정 기준을 엄격하게 유지하는 기조 자체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