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KT의 절박함일까, 과도한 여론전일까

by김현아 기자
2015.01.20 15:57:2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KT(030200)가 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쟁 회사의 불법 정황을 포착하면 몇몇 기자들에게 ‘기사를 써 달라.’고 부탁만 했는데(이는 이통3사 모두 마찬가지다), 공식 자료를 내고 입장을 떳떳하게 밝힌다. 지난 19일 규제기관(방송통신위원회)의 이동전화 장려금 실태점검이 시작됐는데 곧바로 특정사를 공격하는 대범함도 보인다.

KT는 20일 “ SK텔레콤이 지난 16일 오후부터 아이폰6와 노트4 등 주요 단말기에 45만 원 이상의 고액 리베이트를 지급하며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며 “SK텔레콤의 이중적인 행위에 대해 규제기관은 사실 조사를 통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실 KT가 싸움을 건 것은 며칠 전 소위 4배 빠른 LTE라고 불리는 ‘3밴드 LTE-A’ 세계최초 상용화 논쟁이 처음이다. KT는 SK텔레콤이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체험폰을 세계최초 상용화폰이라고 속여 광고했다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22일까지 양측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받은 뒤 가처분 여부를 정한다.

KT 한 임원은 “SK텔레콤은 일부러 판사와 인척관계인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재판부 재배당과 심문기일 연기를 꾀할 정도”라면서 “SK텔레콤이 돈으로 시장을 어지럽히는 행위가 지나쳐 사실 그대로를 언론에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가난한 맏형(KT)으로서 참아 왔지만 부잣집 동생(SK텔레콤)의 행동이 도를 지나쳐 (과도한 방식으로나마) 사실관계를 정확히 전달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KT의 주장에 ‘절박함’이 묻어 있는 건 사실이다. KTF시절 20일동안 모았던 가입자를 단 이틀 만에 SK텔레콤에 빼앗겼던 트라우마랄까. 가입자가 줄고 영업이익이 무너지니 속이 탄다.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이후 시장 변동이 쉽지 않아 1위 사업자(SK텔레콤)가 유리해진 점도 KT로선 화나는 일이다. 게다가 KT는 이통3사 중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에 대한 지원금이 가장 높은데.

하지만 KT의 호소가 절박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를 KT 스스로 되새겨야 할 것 같다.

16일과 17일 이뤄졌던 SK텔레콤 발 리베이트 살포에 대해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이틀 동안 SK텔레콤이 리베이트를 많이 줬던 건 사실이나 그 전주에는 KT가, 또 전에는 LG유플러스가 하는 등 별반 차이가 없다. 시장이 과열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에는 노트3나 베가아이언2 같은 중저가 요금제 고객에게 인기를 끄는 재고단말기가 KT만 없어 움찔했을 수 있다. 일단 삼성쪽 재고가 있어야 경쟁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소위 재고폰이 부족한 KT로서는 가입자 방어 차원에서 시장과열 논쟁을 일으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었고, 이 때문에 과도한 여론전을 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소송대리인 논란과 관련 SK텔레콤 한 임원은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한 분은 SK텔레콤 부사장 출신 남모 변호사였고 통신사업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셨기 때문에 선임했다”며 “인척 여부는 알지 못했다. 마타도어에 가깝다”고 해명했다.

KT는 스스로 국민기업이라 말한다. SK나 LG는 가질 수 없는 역사성과 신뢰성 덕분이다. 그런 KT가 방통위 실태점검 전 언론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실태 점검이 시작되자 사실 조사를 촉구하는 모양새가 매끄러워 보이진 않는다. 왜냐면 지난해 아이폰 대란 때 KT는 시장과열 주도 사업자로 LG유플러스를 지목했지만, 방통위 사실조사 결과 3사 모두 불법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이 이같은 여론전에만 몰두하다 보면 갤노트3나 갤노트4 등 인기 단말기에 대한 출고가 인하보다는 지원금 과다(=약정위약금 과다)경쟁에만 머무는 한계도 명확해진다. 방통위가 ‘통신3사 여론전 금지령’이라도 내려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