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 아베노믹스의 함정

by조영훈 기자
2013.05.23 17:28:38

[임형록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잃어버린 20년 동안 마치 일본이 큰 위기에 처할 듯 보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엔고현상이 발생했던 근원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 기본적으로 거품의 붕괴로 인해 일본에서의 시중 통화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제로금리가 도입되면서 앤캐리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다보니 총통화 증가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엔화 총통화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엔화수요가 높아졌으니 엔화가치가 쉽게 유지되었던 셈이다.

둘째,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자 일본인들이 국채매입을 선호했고, 그 덕에 일본정부는 국민으로부터 경기부양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그 결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30%에 달하는 정부부채의 93%를 일본 국민들이 보유하게 됐다. 한 마디로 자국 국민과 일본정부와의 자전거래가 일본 부채의 특징이다. 게다가 1998년 이후 10년물 국채의 경우 평균 1%에도 못 미치는 이자율로 발행됐다. 따라서 국채 이자부담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셋째, 세계 최고 수준의 순채권액을 보유한 일본으로 국가부도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다.

하지만 엔고는 일본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켰고, 디플레이션은 일본의 내수경기를 침체시켜 잃어버린 세월을 20년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등장한 아베노믹스는 이전의 일본의 경기부양책과는 그 성격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다. 이전과는 달리 일본중앙은행이 직접 엔화를 발권해 정부의 국채를 사준다는 복안이다. 따라서 통화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인플레이션과 함께 엔화가치가 하락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먼저 인플레이션은 일본 내수 시장에서 투자를 촉진시키는 기능을 하고, 엔저현상은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시키게 된다. 이것이 아베노믹스가 기대하는 장밋빛 미래다.

하지만 여기에 태풍의 눈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인플레이션이다.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현금가치가 훼손돼 필연적으로 일본 국채에 대한 투자매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신규 국채에 대해 보다 높은 이자율을 보장해야 할 것인데, 이는 결국 시중금리 인상으로 연결된다. 시중금리가 인상된다면 제로금리로 대출되었던 엔캐리 자금의 이자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따라서 엔캐리 자금의 상환 드라이브가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일본 엔화에 대한 수요를 폭증시켜 아베노믹스가 만들어낸 엔저현상을 엔고현상으로 전환시키기 쉽다.



아베노믹스의 약점은 바로 인플레이션이 초래할 신규 국채 이자율의 상승과 이에 따른 시증금리 인상 부분이다. 이때 만약 특정 국가가 일본의 국채를 시장에 투매할 경우 일본의 신규 국채 이자율은 더욱 상승하게 되고, 덩달아 엔캐리 청산을 위한 엔화수요 역시 폭증할 것이다. 동시에 높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에 의해 일본정부의 이자지급 부담은 급증해 재정압박을 가하게 된다. 이는 근린궁핍화 전략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역공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장기적인 엔캐리 자금의 운용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금리 인상과 더불어 엔고 현상으로 전환될 경우 매우 큰 상환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둘째, 향후 국정운영이나 기업의 자금계획 수립 시 신규 국채의 이익률에 주시해야 한다. 국채 이자율이 1.2%를 넘어갈 경우 서서히 일본 내 금리인상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일본의 국채 이자율이 상승할 때 일본 기업들의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다. 거기에 시중금리가 인상될 경우 일본 기업들의 자금압박 드라이브는 더욱 드세질 수 있다. 결국 증시에 의존하게 될 것이고, 일본 증시의 불안은 곧 일본 경제의 큰 부담으로 연결될 공산이 매우 크다.

결과적으로 아베노믹스는 기대와는 달리 엔고현상과 함께 더욱 높아진 일본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로 귀착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런 만큼 향후 일본의 신규 국채의 이자율의 추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